트럼프 “엄청나” vs 스타머 “환상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율 관세 발표 뒤 첫 무역 합의를 영국과 했다고 CNN, 가디언, 뉴욕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공개적으로 전화 통화를 한 후 양국 간 무역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연간 10만 대에 한해 기존 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영국산 철강ㆍ알루미늄 수출에 대한 25% 관세는 0%로 폐지하기로 했다. 롤스로이스 엔진을 포함한 영국산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도 철폐했다.
영국은 미국산 에탄올, 소고기 등 여러 농산물과 기계류에 대한 무역 장벽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또 100억 달러 규모의 보잉 항공기를 구매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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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에탄올 연료 관세를 19%에서 0%로 인하해 최대 7억 달러 상당의 옥수수 기반 연료에 대한 미국의 시장 접근을 허용했다.
아울러 양국은 쇠고기에 대해 상호 시장 접근을 보장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영국이 엄청난 협상을 타결했다”면서 “양국에 매우 흥미로운 날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합의를 발표하면서 “윈스턴 처칠 전 총리가 2차 세계 대전 승전을 선포한 날과 겹친다”면서 “환상적이고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단 양국의 무역 합의는 최종 확정 내용이 아니다. 아직 유동적이며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논의가 남았다. 전통적인 형식의 무역협정이 아닌 주요 원칙만 담은 일종의 프레임워크(기본합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세부 사항은 몇 주 내 확정될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것이 승인됐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스타머 총리는 “세부 사항은 정리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가령 영국이 기대했던 제약 산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를 내놓지 않았다. 영국에는 아스트라제네카, GSK 등 대형 제약사가 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제약 부분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며, 미국이 관세 특혜를 보장했다고 알렸다.
디지털 서비스 세금은 이번 무역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간 영국이 구글ㆍ메타, ㆍ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디지털 서비스세 감면을 포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일각에서는 두 나라 간에 여전히 존재하는 높은 관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상공회의소(ICC)의 존 덴튼 사무총장은 “미국의 영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연초보다 상당히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또 제약과 같이 이번 협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산업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합의는 오히려 양해각서(MOU)에 가깝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특정 국가의 상품에 대한 관세 인하로 이어질 수 있지만, 상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JP모건의 앨런 몽크스 애널리스트는 이날 고객들에 보낸 메모에서 “이번 합의는 전반적인 윤곽을 정하는 ‘기본 조건’ 합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아직 양자 간 합의로 결정되지 않았으며, 추가 협상을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