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압박할 우군 필요한 두 정상, 전승절 기회로 만나
CNN “양국이 밀착할 더 많은 요인 생긴 것”

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5월 9일) 80주년을 계기로 러시아를 찾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관계를 뒤흔드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공산주의 연대를 과시할 전망이라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7일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해 4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시 주석의 방러는 이번이 세 번째다. 마지막 방문은 6개월 전으로,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세계 질서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혼란 속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할 더 많은 요인이 생겼다고 CNN은 진단했다.
가장 큰 변화는 미‧중 관세전쟁이 본격화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파트너십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로서도 러‧우 전쟁을 종식하겠다며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친화적인 듯하면서도 우크라이나와 균형을 잡으려 하는 상황 속에서 우방국이 절실하다.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 동맹에 대한 확고한 이미지를 제시하려는 요인이 더 많아졌다”며 “미국 정책으로 인한 세계적인 혼란을 고려할 때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화를 강조하며 미국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에 맞서는 데 대한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전승절은 미국 우선주의를 지적할 좋은 기회라는 게 CNN 평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엔 주도의 국제 체제 형성된 것을 기념하며 미국이 일부 유엔 기구를 탈퇴하고 오랜 유럽과의 동맹 관계를 훼손한 점을 지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모스크바에 도착한 시 주석은 8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9일에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미국과의 관계, ‘시베리아의 힘2’ 천연가스 가스관 건설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모스크바 도착 직후 성명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2차 대전 승리 결과를 수호하고 패권주의와 힘의 정치에 단호히 반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의 경제‧안보 밀착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과 관세전쟁 중인 시 주석에게 러시아의 천연자원이나 시장으로서의 의미가 더 커졌다고 CNN은 설명했다. 타마스 마투라 유럽정책분석센터 선임 연구원은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고려한다면 중국은 무역, 에너지 등 여러 측면에서 러시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도 각종 제품 공급원이자 구매자인 중국은 중요하다. 전쟁 중인 러시아의 방위산업을 지탱하는 것도 중국의 칩과 기계 부품 등이다.
시장을 확장해야 하는 중국이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유럽의 반발을 산다는 점에서 중‧러 밀착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양국의 유대가 쉽게 무너지기는 어렵다는 게 중국 학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중국인민대 국제문제연구소의 왕이웨이 소장은 “러시아는 국제 질서를 지원하는 데 있어 중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미국을 불신하고 있으며, 미국과 서방에 대한 근본적인 적대적인 태도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바뀔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전승절을 계기로 시 주석 외에도 러시아를 찾는 브라질, 베트남, 벨라루스 등 각국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