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은퇴 발표 후 첫 거래일 주가 5%↓
기대 충족 만만치 않을 전망
투자 보다 경영에 초점 맞출 듯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연말에 은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후계자인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버핏이 직접 낙점한 인물이지만 버핏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기는 만만치 않아 투자자들이 불안한 눈길로 보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버핏 회장은 3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60번째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깜짝 은퇴 발표를 했다. 이어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 비(非) 보험부문 부회장을 후계자로 지명했으며, 이사회는 전날 만장일치로 내년 1월 1일부터 차기 CEO로 에이블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
버크셔 이사회는 버핏이 CEO 자리는 내놓지만, 회장 직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격 은퇴보다는 단계적인 퇴임을 택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버핏의 은퇴 발표 후 첫 거래일인 이날 버크셔 주가는 4.87% 급락했다.
버핏은 2021년 에이블 부회장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그 뜻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버핏이 은퇴할 계획이 없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사후에야 에이블이 CEO를 맡을 것으로 투자자들은 내다봤는데 그런 관측이 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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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에이블이 버핏의 투자 실적에 견줄만한 성과를 내고, 버크셔의 방대한 사업들을 관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면서 “버크셔는 전설적인 투자 실적으로 ‘버핏 매직’을 누려왔지만 이제는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버핏은 자신의 후계자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왔다”면서 “하지만 버크셔의 모든 일에 빛을 더해주는 버핏이라는 브랜드는 물려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에이블 부회장은 CEO가 되면 가치 투자 전략 등 버핏 회장이 심어 놓은 문화를 유지하는 동시에 그룹이 쌓아온 3500억 달러(약 488조 원) 규모의 막대한 현금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네브래스카대의 로버트 마일스 교수는 “에이블이 뛰어난 주식 투자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경력은 없다”면서 “그는 CEO 취임 이후 주로 대형 인수합병(M&A)과 자본 배분을 맡고 주식은 기존 팀이 계속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버크셔의 전체 자산 중 주식 비중은 1970~2000년에는 절반이었지만, 현재는 20% 남짓이다. WSJ는 “가족 경영 기업들을 인수해왔던 버크셔는 이제 규모가 너무 커져 그런 작은 인수로는 의미 있는 수익을 만들기 어렵다”면서 “현재의 버크셔 구조는 단순한 투자보다는 전문 경영인을 필요로 하며 이는 버핏이 에이블을 낙점한 배경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WSJ는 “버핏은 ‘자율경영’ 철학으로 유명했고 에이블도 주총에서 각 회사가 계속해서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면서 “다만 그는 성장 기회를 제안하거나 위험 식별을 돕는 데 더 적극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버크셔 CEO로서의 스타일이 버핏과 일부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에이블은 캐나다 노동자 계층 가정의 출신이다. 앨버타대 졸업 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회계사로 일했다. 1992년에 당시 직원 500명 정도의 소규모 전력회사였던 칼에너지로 이직했고, 1999년 이 회사가 버크셔에 인수돼 미드아메리칸 에너지(현재 버크셔해서웨이에너지)로 바뀌며 버핏과 인연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