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ㆍABL생명보험 인수는 임종룡 회장이 취임 초부터 수익성 강화를 위해 줄곧 밀어 붙여온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의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증권업 재진출에 이어 올해 보험업 진입까지 성공시키며 우리금융은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의 체제를 갖추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2일 제8차 정례회의를 열어 우리금융의 동양ㆍ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번 승인으로 금융지주 내 유일하게 보험사가 없던 우리금융이 생보업계 5~6위권 규모의 보험사를 품게 되는 도약대를 마련했다.
임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은행 편중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지속 가능한 그룹이 될 수 있다”며 비은행 부문 확장을 핵심 경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을 신규 출범시키며 증권업에 재진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생명보험사 두 곳을 묶어 인수하는 대형 딜을 성사시키며 그림을 완성해가고 있다.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보험사 인수 직후 터진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는 금융당국의 인수 심사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겼다.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며 승인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에 대해 정기검사와 특별감리를 병행하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그러나 임 회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내부통제 인프라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자본비율 관리 등 그룹 전반에 걸친 쇄신 계획을 내놓으며 신뢰 회복을 위해 정면돌파했다. 결과적으로 비은행 강화라는 일관된 전략과 실행력을 끝까지 밀어붙인 ‘뚝심’이 금융당국을 설득한 셈이다.
이번 보험사 인수를 통해 우리금융은 KB·신한ㆍ하나금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4대 금융지주’로서 명실상부한 위상을 갖추게 됐다. 기존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8%로 동종 업계 중 가장 높았다. 이 때문에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은행 수익성이 저하되자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5.3%나 급감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보험업 편입으로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자산운용·카드·증권·보험 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그룹 내부에서는 보험 판매와 자산운용의 연계, 디지털 기반 보험서비스 고도화, 지주 차원의 CSM(보험계약마진) 관리 체계 정비 등 다각적 협업 전략을 수립 중이다.
임 회장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 이후 실적 중심의 운영 안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이날 조건부 승인에 따라 향후 5년간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에 약 1000억 원을 투입하고 준법·소비자보호 기능 강화 및 자회사 간 시너지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임 회장은 이날 금융위의 동양·ABL생명 조건부 인수 승인 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그룹사 모두 그간 준비해온 여러 과제들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 자회사 편입 이후 협업 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미리 빈틈없이 준비해주기 바란다"며 "이번 결정은 내부통제, 재무구조 등 우리금융의 혁신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인 만큼 인수 이후에도 이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7월 초 동양생명, ABL생명 주주총회를 통해 새 경영진을 선임하는 등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