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직 후보 표현자유, 일반인보다 엄격하게 제한돼야”

입력 2025-05-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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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공직선거법 법리 오해해 잘못 판결

[‘李 선거법 위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골프 外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 아냐”
허위사실, 판단 해칠 구체성이면 충분
표현, 법원 아닌 일반인 관점서 봐야
조희대 대법원장 의지에 재판 속도전

대법원은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허위사실 공표에 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 공직 후보자의 표현 자유는 일반인보다 엄격하게 제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 조희대(왼쪽 일곱 번째)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입정해 있다. 사진 공동 취재단 (신태현 기자 holjjak@)
▲ 조희대(왼쪽 일곱 번째)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입정해 있다. 사진 공동 취재단 (신태현 기자 holjjak@)

이날 대법원 전합 결론은 다수결로 정해졌는데 피고인 이 후보의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해 파기·환송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이 10명에 달했다. 피고인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상고 기각 주문을 낸 반대 의견은 2명에 불과했다.

대법원은 다수 의견으로 “피고인의 골프 및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라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골프 발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해서는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라고 봤다. 이 후보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발언 중 검찰의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2심의 무죄 판단이 옳다고 수긍했다.

다수 의견은 “민주주의 실현 과정인 선거절차에서도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충실하게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는 정도는 그 표현의 주체와 대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공직을 맡으려는 후보자가 자신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국민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국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의미와 그 허용 범위는 일반 국민이 공인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해 의견과 사상을 표명하는 경우와 같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공직 후보자의 표현 자유는 보다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또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250조 1항에서 말하는 ‘허위 사실’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다”고 부연했다.

▲ 조희대(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착석해 있다. 사진 공동 취재단 (신태현 기자 holjjak@)
▲ 조희대(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착석해 있다. 사진 공동 취재단 (신태현 기자 holjjak@)

大法, ‘김문기 골프‧백현동 발언’ 유죄 판단

신속 심리 후 대법관 10대 2로 결론 내려
“정치적 표현 자유, 주체‧대상 따라 달라”

먼저 대법원은 이 후보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관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은 허위사실 공표가 맞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골프 발언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피고인은 해외출장 기간 중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이 발언을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문기를 몰랐다’는 주장의 보조 논거에 불과하므로 별개의 허위사실 공표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는데, 이 같은 판단이 틀렸다는 취지다.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한 이 후보 발언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성남시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성남시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 한 음식점에서 ‘민생 시리즈 2’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를 가진 뒤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 한 음식점에서 ‘민생 시리즈 2’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를 가진 뒤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재명 상고심, 선거법 취지 따라 신속‧집약 심리”

강행규정 ‘6·3·3’ 원칙下
한 달 만에 초고속 선고

특히 대법원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공직 후보자의 어떤 표현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와 관련해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날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함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허위의 사실’ 판단에 관해선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인지, 아니면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시했다.

사건 접수 34일, 전합 회부 9일 만에 상고심 판결이 나온 이례적 속도전의 배경엔 조희대 대법원장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그동안 재판 지연 문제를 지적하며 공직선거법 강행 규정 ‘6·3·3’(1심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종료)을 강조해 왔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이라는 표제 아래 제1심은 공소제기일부터 6개월 이내, 제2심 및 제3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부터 각각 3개월 이내 반드시 판결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만큼 다른 재판에 우선해 선거사범 재판은 신속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이다.

대법원은 이날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라 신속하고 집약적으로 깊이 있는 집중심리를 하여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적시 처리를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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