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세기 아시아‧아프리카서 가톨릭 신자 급증
폴란드‧독일‧아르헨티나...교황 출신지도 다양해져
가톨릭 권력 중심점, 점점 남쪽으로 이동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당시부터 로마 가톨릭 교회의 외연을 확장시킨 인물로 주목 받았다. 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최초의 남반구 출신이자 1300년 만에 유일한 비유럽권 출신 교황이라는 기록을 썼다. 가톨릭 교회의 무게중심이 또 한 번 크게 이동한 순간이다.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의 영적‧행정적 중심지는 바티칸(교황청)이었다. 바티칸은 예수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지역은 아니지만 정치적‧상징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명실상부한 가톨릭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역사를 거듭할수록 가톨릭의 무게중심은 바티칸 바깥으로 향하고 있다고 최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미국 복음주의 신학 교육기관인 고든콘웰 신학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기 33년 이후 ‘전 세계 가톨릭 인구의 통계적 중심점(북쪽·남쪽·동쪽·서쪽에 가톨릭 신자 수가 비슷하게 있는 지점)’은 남하하고 있다.
200년에서 400년 사이 북아프리카 가톨릭 인구가 10만 명에서 160만 명으로 증가하면서 중심점이 남하했지만, 7세기 이슬람의 부상으로 다시 유럽으로 북상해 1500년 최북단에 도달했다. 이후 20~21세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교회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중심점이 계속 남하했다.
현재 가톨릭 인구의 통계적 중심점은 서아프리카 세네갈 남부 국경 근처로, 유엔의 인구 통계 예측을 감안했을 때 2050년 중심점은 코트디부아르로 이동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기독교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최근 50년 사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는 가톨릭 신자 수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을 앞질렀다.
교황의 재위 기간과 출신지로 분석한 ‘교황권의 지리적 중심지’는 여전히 로마에 가까웠다. 이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 수가 늘어났음에도 교회 권력이 여전히 이탈리아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해석했다. 초대 교황으로 추대된 베드로 이후 출생지가 확인된 260명의 교황 중 약 80%가 현재의 이탈리아 지역 출신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도 점차 약해지는 추세다. 21세기 초 교황직을 맡았던 요한 바오로 2세는 폴란드 출신이었고, 그의 후임인 베네딕토 16세는 독일 출신이다. 베네딕토 16세가 건강상의 문제로 자진 사임한 이후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당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세상의 끝자락까지 왔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267대 교황을 선출할 콘클라베도 이 흐름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현재 콘클라베 구성원은 94개국 출신 136명의 추기경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중 유럽 출신은 39%에 불과하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국인 최초 교황청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차기 교황 후보 12인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점도 고무적이다.
교황이 역사적‧영적‧건축적 중요도에 따라 특별 지위를 부여하는 중요한 성당인 바실리카 분포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0년 동안 1700개의 교회가 바실리카로 지정됐는데, 이중 70% 이상이 유럽에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 새로 지정된 바실리카의 40% 이상은 유럽 외 지역에 위치한다. 최근 5년 동안은 그 비율이 62%로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