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행태 머리 들지 못할 정도”
尹 ‘이기고 돌아왔다’ 발언에 좌절
권성동 “지도부로서 책임 통감”
지도부, 윤 원장 연설 내용 인지 못해

윤희숙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이 당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친윤석열)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황한 듯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윤 원장의 취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원장은 전날(24일) KBS에서 방영된 21대 대선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국민의힘의 행태는 국민들께 머리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며 “국민의힘은 지금 깊이 뉘우치고 있다.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 원장은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며 두 명의 당 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렸고,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를 눌러 앉히기 위해 수십 명의 국회의원이 연판장을 돌리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 이준석, 김기현 전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2023년 나경원 의원의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촉구하기 위해 친윤계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린 일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이어 “말씀드리기에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그렇게 당이 만만했기 때문에 대통령도 계엄 계획을 당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알았더라면 당내 많은 이가 용산으로 달려가 결사코 저지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파면당하고 사저로 돌아간 대통령은 ‘이기고 돌아왔다’고 말했다”며 “무엇을 이겼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에 남겨진 것은 깊은 좌절과 국민의 외면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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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계엄은 너무나 혐오스러우면서도 익숙한 우리 정치의 고름이 터진 결과”라며 “지난 3년은 다수당이 의석수로 정부를 무력화시킨 무정부 상태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6월에 세워질 대한민국의 새 지도자는 징글징글한 정쟁을 뛰어넘어 국민 수준에 맞는 정치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도록, 그래서 한국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새판을 까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윤 원장은 차기 대통령이 “취임 첫날 당적을 버림으로써 1호 당원이 아닌 1호 국민임을 천명해야 한다”며 “(이 같은) ‘국민 대통령’은 이 비정상적인 위기를 바로잡고 즉시 물러나는 ‘3년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했다. 또 “취임 즉시 거국내각을 구성해 경제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쏟되 정쟁과 완전히 분리시켜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원장 연설에 대해 “당정 간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수직적 관계가 되는 바람에 오늘날의 사태에 도달한 것에 대해선 저도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건강한 당정관계를 구축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선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의 입법권 남용으로 오늘날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윤 원장의 지적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차기) 대통령이 취임 첫날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거나 당적 이탈의 주장은 제 개인적으로는 책임정치에 반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권 원내대표가 윤 원장의 연설에 대체로 공감한다고 밝혔지만, 앞서 당 지도부는 윤 원장 연설 발표 전까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 지도부도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한 반성 없이는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의 독주를 막기 어렵다는 데에는 공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