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먹는샘물 관리체계를 30년 만에 정비한다. 국제 수준의 품질·안전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과도한 규제는 개선할 계획이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먹는샘물 관리제도 개선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먹는샘물은 지하수와 용천수 등 자연의 깨끗한 물을 먹기 적합하게 만든 물로,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 상당수가 먹는샘물이다. 먹는샘물 시장은 관련 등록·관리제도가 최초 도입된 1995년 이래 30년 동안 지속 성장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먹는물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 국민 약 3분의 1(34.3%)이 먹는샘물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는샘물이 주요 소비재가 됐지만 일부 지역에선 샘물 개발에 따른 지하수 고갈 우려로 갈등 발생 사례가 늘고 있고, 관련 정보도 흩어져 있어 대국민 정보전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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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환경부는 △먹는샘물 단계별 안전성 확보 △지속가능한 지하수 개발·관리 △먹는샘물 투명성·책임성 제고 등 3대 과제를 중심으로 이번 개선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먼저 국내 해썹(HACCP·위생관리시스템)을 바탕으로 국제표준(ISO) 22000과 같은 국제 수준의 먹는샘물 품질·안전 인증제도(가칭) 도입을 추진한다. 이 인증제도는 취수, 제조, 유통 모든 과정에서 안전 위해요소와 예방관리 체계를 아우르는 평가 요소가 포함된다.
환경부는 올해 안으로 이 인증제도를 마련한 뒤 시범사업을 거쳐 2027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업계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제도 시행 초기에는 자율로 관련 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먹는샘물 유통과정에서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용기에서 아세트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이 용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직사광선 노출 최소화를 위한 보관 기준도 구체화한다. 유통단계에서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유통전문판매업체가 제조업체에 대해 위생점검을 하도록 하고 유통관리계획서 제출도 의무화한다.
미량오염물질 관리도 강화한다. 먹는샘물 내 미세플라스틱·과불화화합물에 대해 조사를 확대하고 조사 방법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국제적인 측정 방법 표준화와 규제 동향, 위해성 검토 등을 토대로 전문가·시민사회·산업계 등과 논의하며 관리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과도한 규제는 합리화한다. 먹는샘물 수질기준 51개 항목 중 하나인 일반세균은 1998년부터 원수(샘물)와 제품수(먹는샘물) 기준을 각각 운영했는데, 원수의 일반세균 기준이 실제 음용하는 제품 기준보다 강화돼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있었다.
원수는 저온세균과 중온세균이 1㎖당 각각 '20CFU(집락형성단위·특정 조건에서 생존할 수 있는 세균을 세는 단위) 이하'와 '5CFU 이하'여야 한다. 반면 제품수는 저온세균과 중온세균 기준이 각각 '100CFU 이하', '20CFU 이하'다.
이에 인체 위해성 수준, 최신 해외 규제 동향, 원수에 대해 살균 과정을 거치는 국내 먹는샘물 제조 공정 특성 등을 고려해 원수의 일반세균 기준을 제품 수의 일반세균 기준과 통일할 계획이다.
샘물 개발 허가 전 시행하는 환경영향조사 시 지하수 수위·수량 등의 변동 수준을 검토하는 양수시험 방법을 세분화하고 수위 강하 기준과 전문가 검토 절차도 강화할 계획이다.
지하수 수위·수량 및 수원지, 제조사 등을 포괄하는 먹는샘물 국가통계를 마련해 관련 정책 추진 기반도 강화한다. 먹는샘물 제품별 인증 현황, 수질 등의 위반 이력, 원수 정보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정보사이트를 통합·구축해 대국민 정보 전달력과 시장의 투명성을 높인다.
먹는샘물 업체가 해외 진출 시 필요한 해외인증 취득 과정을 지원하는 등 업계 수출 확대를 제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수입의 경우 우수 수입업소 및 계획수입 제도 도입을 추진해 수입 시 통관절차를 효율화하고 보관 기관을 단축한다. 환경부는 이번 추진계획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관계기관, 업계,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먹는샘물 제도개선 협의체'(가칭)을 구성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김효정 환경부 물이용정책관은 "먹는샘물을 보다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샘물 취수부터 생산·유통 전 단계 제도를 정비하고 미세플라스틱, 미량오염물질에 대한 조사·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