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대표하는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M7) 시가총액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이후 약 석 달간 일본 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한 수준으로 증발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3일 보도했다.
M7의 시총 합계는 트럼프 취임(1월 20일) 이후 21일까지 24%, 금액으로 환산하면 4조2000억 달러(약 6000조 원)가 줄었다. 닛케이는 이는 일본의 국내총생산(600조 엔)과 맞먹는 규모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기업별로 시총 감소액과 축소율을 보면 △애플 -5531억 달러, -16% △마이크로소프트(MS) -5200억 달러, -16% △엔비디아 -1조79억 달러, -30% △알파벳(구글 모회사) -5950억 달러, -25% △아마존닷컴 -6001억 달러, -25% △메타 -3186억 달러, -21% △테슬라 -6373억 달러, -47% 등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관세 정책으로 세계 각국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트럼프 2기 정권 출범 후 3개월간 뉴욕증시 대표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14% 하락하는 데 그친 것을 고려하면 미국 기술 기업들의 가치 손실 각도는 특히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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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선 빅테크들이 기반으로 삼아온 글로벌 전략이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상호관세 등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서비스와 공급망을 세계로 확장하는 빅테크의 사업 모델과 충돌한다. 애플이 구축한 아시아 공급망은 트럼프 관세 정책에 흔들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용 반도체 규제 강화에 직면했다.
또한 빅테크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거둬들이고 있는 막대한 ‘디지털 흑자’가 각국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는 각국의 무역 흑자를 겨냥하고 있는데, 이에 상대국들이 보복 조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기술 기업은 트럼프 행정부가 빅테크에 강경한 자세를 취했던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달리 정책 기조를 전환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에 거액을 기부하고, 마러라고 별장에도 자주 방문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권의 후원을 기대했던 분야에서 뚜렷한 혜택이 보이지 않는다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독점금지법과 관련해 기술 대기업에 대한 대립 방침을 완화할 조짐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가령 구글은 17일 온라인 광고 독점과 관련해 연방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접근해 그 행정부를 지지한 미국 빅테크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글로벌 전략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화됐지만 시장독점에 대한 규제 완화 등 기대했던 혜택은 얻지 못했다”고 평했다.
닛케이는 “트럼프 측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세력은 글로벌화를 적대시한다”면서 “미국 중서부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 등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과 기술 기업의 이해관계는 일치하기 어렵다”고 풀이했다. 닛케이는 또 “트럼프 대통령에 가장 가까워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조차 최근에는 정권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