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비제조업 동반 부진

국내 기업들의 부정적 경기 전망이 역대 최장 기간인 3년 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등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23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5.0으로, 2022년 4월부터 3년 2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제조업 BSI 전망치는 79.2로, 코로나19 당시였던 2020년 8월(74.9) 이후 4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관련 뉴스
'석유정제 및 화학(72.4)', '금속 및 금속가공 제품'(75.9), '자동차 및 기타운송장비'(78.8), '전자 및 통신장비'(94.4) 등 주력 산업은 물론 '섬유·의복 및 가죽·신발'(57.1), '비금속 소재 및 제품'(69.2) 등 대부분 업종에서 업황 악화가 전망됐다.
제조업 중에선 '의약품'(125.0), '식음료 및 담배'(107.1) 등 2개 업종만 호조 전망을 보였다.
비제조업 BSI(90.8)는 올해 1월 이후 5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5월 연휴 특수가 예상되는 '여가·숙박 및 외식'(142.9), '운수 및 창고'(107.7)를 제외하면 '건설'(72.7), '전기·가스·수도'(73.7), '정보통신'(87.5), '도·소매'(90.4), 전문, 과학·기술 및 사업지원서비스'(92.3) 등 나머지 5개 업종에선 부정적 심리가 우세했다.
5월 조사 부문별 BSI는 내수 87.2, 투자 87.2, 수출 89.1, 고용 89.1, 채산성 89.9, 자금사정 90.7, 재고 103.3(100을 넘기면 재고 과잉) 등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내수와 수출, 투자의 '트리플' 부진은 지난해 7월 이후 11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출 BSI 전망치는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글로벌 교역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2020년 9월(88.5) 이후 처음으로 90선 아래로 떨어졌다.
4월 BSI 실적치는 86.4로, 2022년 2월(91.5) 이후 3년 3개월 연속 부진으로 나타났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발(發) 관세 정책과 주요국의 맞대응으로 국제 교역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 수출 주력 업종에 대한 투자 촉진 및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기업심리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