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 이점 과소평가…일과 가정 양립, 출산율 증가 도움”

사무실 출입 기록·전화 및 채용 공고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2022년보다 사무실에 더 많이 복귀했지만 직장에 머무는 시간은 더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와 공동 저자가 40개국 1만6000명의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지난해 말~올해 초 평균 주당 1.3일을 집에서 근무했다. 이는 2023년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영미권 사람들이 집에서 일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교육을 받은 캐나다인의 주당 평균 재택근무 일수는 1.9일이다. 영국인은 1.8일, 미국인은 1.6일로 나타났다.
반면 프랑스와 덴마크 근로자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집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택근무에 가장 열성적이지 않은 나라는 한국으로 평균 반나절만 사무실 밖에서 보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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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차이는 각국의 산업 유형, 펜데믹 경험, 재산 수준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일하는 문화와 관련 있다. 실제로 블룸 교수는 네덜란드 심리학자 게르트 호프스테데가 개발한 지수를 사용해 측정한 결과 한 사회의 개인주의 또는 집단주의 정도가 한 국가의 원격 근무 수용을 가장 잘 예측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개인주의가 강한 사회의 경영진일수록 규제의 끈을 느슨하게 풀고, 직원은 재택근무를 더 편안히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 근무를 도입하면 직원 생산성이 낮아진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에 대한 증거는 엇갈리고 있다. 일부 직책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면 재택근무에 열성적이었던 미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생산성이 오히려 많이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신입 직원이 선배들을 관찰하며 관계를 구축하고 배울 기회가 박탈되는 등 재택근무 방식의 단점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재택근무에는 과소평가된 이점이 많다”며 “주택시장이나 사무실 축소와 같은 이점 이외에도 일상생활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특히 재택근무는 육아와 직장생활의 양립 가능성을 높이는데, 장기적으로 출산율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출산율이 가장 급격히 감소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원격근무에 대해 가장 회의적인 경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