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빈자의 교황’ 프란치스코, 88세 일기로 선종…포용·섬김의 리더십으로 사랑받아

입력 2025-04-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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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수식어 가장 많이 붙어…비신자도 존경
동성애 포용 등 파격 행보에 교회 보수파 반발도
고령 나이에도 힘든 일정 소화…“교회 우선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3월 31일(현지시간) 모로코 수도 라바트 대성당에서 어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라바트/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3월 31일(현지시간) 모로코 수도 라바트 대성당에서 어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라바트/AP뉴시스
겸손한 태도와 진보적 개혁으로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8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거리의 교황’, ‘빈자의 영웅’으로 불려 온 교황은 1936년 12월 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다. 본래 대학에서 화공학을 전공했으나 이후 사제직을 선택해 1958년 예수회에 입문했다. 1969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1998년 대교구장, 2001년에는 추기경에 서임됐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건강상의 이유로 자진 사임한 이후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를 통해 2013년 3월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7년 4월 29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십자가를 만지고 있다. 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7년 4월 29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십자가를 만지고 있다. 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장 많은 최초의 교황’이라는 별명처럼 ‘최초’라는 수식어가 줄줄이 붙었다. 즉위 당시부터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으로 알려졌다. 공식 교황명 역시 이전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명칭인 ‘프란치스코’를 선택했다. 청빈, 순결, 순명의 대명사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성인을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후에도 그는 행보를 통해 ‘최초’라는 수식어를 계속해서 추가했다. 교황 최초로 여성과 무슬림의 발을 씻겨줬고, 처음으로 성 소수자를 포용했으며, 최초로 교회법을 개정해 미사에서 여성 또한 공식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이름대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권위 의식과 격식을 버린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임자들이 애용한 순금 가슴십자가 대신 철제 가슴십자가를 착용하는가 하면, 대주교가 된 이후에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모습은 그의 청빈한 생활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모습에 감동한 세계인들은 ‘프란치스코 효과’, ‘프란치스코 신드롬’ 등 많은 존경과 사랑으로 화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12일(현지시간)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자신의 이마를 만지고 있다. 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12일(현지시간)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자신의 이마를 만지고 있다. AP뉴시스
하지만 교회 내에서는 그의 진보적이고도 파격적인 행보로 인해 반발이 적지 않았다. 그가 동성애, 낙태,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성체성사 허용, 성직자 독신 의무 등 여러 쟁점에 대해 개혁적인 태도를 보이자 가톨릭 내 강경 보수 진영은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2013년 즉위 직후 동성애 신자에 대한 물음에 “내가 누구를 정죄하리오”라고 했던 대답과 무신론자를 향해 “양심에 따라 살면 된다”고 했던 발언은 교회 보수파들 사이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신자들에게 한층 더 친근한 교회가 되겠다며 라틴어로 진행되는 전통미사 접전을 제한했을 때에는 보수파들의 반발이 극에 달했다. 보수적 블로거인 로라테 카엘리는 이러한 결정을 “야만적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인 주치의인 루이지 카르본 박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건강보다 교회를 우선시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에는 80대 후반의 나이로 11일 동안 무려 아시아 태평양 지역 4개국을 순방했다.

2월 중순 기관지염으로 로마 병원에 입원했다가 지난달 퇴원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꾸준히 일정을 소화했다. 심지어 교황은 별세하기 하루 전날에도 부활절을 맞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2층 발코니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신도들을 축하하고 이탈리아를 방문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비공개로 회담하는 등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종교 간의 갈등을 극복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2021년 로마 가톨릭 교회 지도자로서 최초로 이라크를 방문해 종교 간 대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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