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고령층 등 의료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의료서비스 대안이 되는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비대면진료 시대, 의료는 더 가깝게! 국민은 더 건강하게!’ 주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이러한 의견을 내놨다.
토론회를 주최한 최보윤 의원은 “오늘날 비대면진료는 단순한 기술적 수단을 넘어, 의료접근성과 형평성의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이미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며 의료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을 함께 높여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시범사업’이라는 틀 안에 머물러 있다.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최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비대면진료 상시 허용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관련 뉴스
발제자로 나선 강정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총장은 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을 올리는 방안 중 하나로 비대면진료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 대비 유병률이 높고, 의료기관으로 갈 때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장애인콜택시 같은 특수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해서 이동에 제약이 있다. 진료과정에서도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어 장애인들의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이 비장애인 대비 8~13% 낮고 전체 인구 대비 연령 표준화 사망률이 3배 가까이 된다.
강 사무총장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자발적 진료 참여가 어려워 대면진료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발달장애인과 보호자 모두에게 의료서비스 이용의 심리적·물리적 장벽이 있다”면서 “장애인의 경우 평생 먹는 약물이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약물에 대해 비대면진료를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강 사무총장은 “비대면진료 법제화로 인해 장애인들의 대면진료가 없어지는 상황은 만들어선 안 된다”며 “이미 발달장애인은 진료 거부, 전원, 대기 등 병원에서 밀려나는 경험을 빈번하게 겪었다. 비대면진료로 전환될 경우 의료진의 부담, 책임 회피 등으로 인해 병원에서 더 소외될 위험이 커진다. 발달장애인의 진료 차별을 방지하는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닥터나우 대외정책이사)은 해외 사례를 거론하며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포브스비즈니스인사이트(Forbes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2024년 비대면진료 시장 규모는 153조 원이며, 2032년 617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법제화가 돼 있지 않아 사실상 비대면진료 시장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제도적 불확실성으로 국내 기업들은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익모델을 발굴하기도 힘들다. 기술 고도화를 위한 인재 채용도 못 한다. 산업이 성장하기 힘든 구조”라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50개 이상이었던 비대면진료 서비스 제공 플랫폼 기업은 20개 이하로 급감했다. 전반적으로 환자 만족도가 높고, 해외 주요 국가 대부분이 일상적 의료의 축으로 운영하며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진료 법제화 시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경제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연구도 다수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법제화는 의료 전문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디지털 의료기기 제조산업 활성화로 최대 150만 명의 취업유발효과가 발생한다. 또 한국무역협회는 비대면진료 국내 도입 시 국내총생산(GDP) 2조4000억 원, 소비 5조9000억 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장은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연합(EU), 유엔아동기금 등에서 모두에게 접근 가능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사협회도 최근 비대면진료의 공공의료보험 급여 혜택 연계를 연장하는 특별법 개정안 지지성명을 발표하면서 ‘헬스케어의 미래에 비대면진료는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대면진료의 법제화는 디지털헬스케어 혁신의 기틀이 될 것이다. 반드시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 시절 많은 국민이 그 가능성과 편리함을 체감했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관련 수요 역시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며 “비대면진료는 단지 기술이나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형평성이라는 가치와도 직결된 문제다.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의료 혁신을 뒷받침할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비대면진료의 일시적 허용을 넘어 보다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제도권 안으로 비대면진료를 끌어올릴 때가 됐다고 판단된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기술 기반 의료서비스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