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20일 토론회에서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입장 차를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한동훈 후보와 나머지 후보(나경원·이철우·홍준표) 간 공방도 펼쳐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 강서구 아싸아트홀에서 ‘사회통합’을 주제로 대선 경선 B조 토론회를 진행했다. 전날(19일)에는 김문수·안철수·양향자·유정복 후보로 구성된 A조 토론회가 열렸다.
한 후보는 ‘사회갈등’을 키워드로 한 주도권 토론에서 “저는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 하더라도 비상계엄을 불법이라 봤고, 그래서 앞장서서 막았다”며 “국민이 먼저였다고 생각했기 떄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인으로서) ‘계엄에는 반대하지만 경미한 과오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넓은 의미에서 보면 계엄 옹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준표·나경원·이철우 후보에게 관련 입장을 묻자 홍 후보는 “(저는) 계엄에 반대했다. 탄핵에는 반대했다. (계엄 선포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가 없었다. 2시간 정도의 해프닝이었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자진 하야할 기회를 주자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대선 경선을 하는데 왜 자꾸 윤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냐”라면서 “저는 한 후보가 내란 몰이 탄핵을 선동한 것 때문에 결국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 후보가 당 대표 당시) ‘대통령이 내란을 자백했다’면서 사실 내란 몰이 탄핵을 선동하는데 가장 앞장서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했다.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를 안 했으면 헌법재판소 재판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며 “108명의 국회를 준 것은 ‘탄핵을 하지 마라’, ‘대통령을 지키라’는 이야기인데 왜 경솔하게 탄핵에 들어갔냐”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한 후보가 지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지금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라면서 “대통령이 무슨 내란이냐. 권력을 잡으려고 내란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이념 갈등’을 주제로 한 주도권 토론 시간에 한 후보를 향해 “우리 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TK)에서 저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이기는데 한 후보는 못 이기더라”라면서 “보수통합을 위해 대통령 후보를 그만두고 헌신하시면 어떻겠나”라고 권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저는 나 후보의 정치를 응원하겠다. 저도 국민을 위해 이 상황에서 제가 꼭 필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최선을 다하겠다”며 에둘러 거절 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 전당대회 때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문제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던 앙숙 관계로 통한다. 나 후보는 “(한 후보가) 헌신하거나 희생하지 않겠다 했는데, 이번에 헌신하면 굉장히 큰 정치적 자산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말했다”고 하자 한 후보는 “좋은 말씀 고맙다”며 응수했다.

마찬가지로 한 후보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홍 후보는 한 후보를 겨냥했다. 홍 후보는 한 후보를 지목해 “오늘 오기 전에 ‘청년의 꿈’(홍 후보 온라인 소통 플랫폼)에서 이것 꼭 질문해달라고 해서 몇 가지만 질문하겠다”며 “키도 크신데 뭐하러 키높이 구두를 신냐”고 말했다. 한 후보는 “청년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질문하시는 것 보면”이라고 답했다.
홍 후보는 이어 “생머리냐, 보정속옷 입었느냐는 질문도 유치해서 안 하겠다”고 말하자, 한 후보는 “유치하시다”고 맞받았다.
홍 후보는 한 후보에게 “이번 경선 목적이 이재명 잡을 사람 뽑는 선거”라며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으로 계실 때 이재명을 못 잡아넣어 사법적으로 패배했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총선에 참패했다. 이번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한 후보는 “제가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총선은 졌지만 이후 63%로 당대표로 당선되며 평가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계엄에 대해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를 같이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그건 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홍 후보가 “배신자 프레임은 어떻게 벗어날 거냐”고 묻자 한 후보는 “저는 국민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 계엄을 저지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 후보는 “역으로 묻겠다. 홍 후보께서 (지난해) 12월 3일 10시 반에 당 대표로서 제 입장이셨으면 계엄을 막았겠냐, 아니면 대통령 잘한다 했겠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홍 후보는 “나는 대구시장으로 있었는데, 가정을 전제로 물어볼 건 없다”며 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