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도박사 ‘조커’가 미국 텍사스 복권을 무너뜨린 방법

입력 2025-04-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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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0만 달러 잿팟 스캔들
복권 시스템 논란 촉발

▲출처 게티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조커’라는 별명을 가진 은둔의 유명 호주 도박사가 2023년에 벌인 9500만 달러(약 억 원) 규모의 미국 복권 스캔들로 인해 복권 시스템의 운영 방식에 대한 법적ㆍ정치적 논란이 촉발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심층 보도했다.

올해 2월에는 집단 소송이 제기됐으며 텍사스주와 법무부가 복권 시스템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상황이다.

2023년 4월 22일. 텍사스 복권위원회는 3, 5, 18, 29, 30, 52라는 당첨번호 6자리를 추첨해 공개했고, 9500만 달러의 잿팟이 터졌다. 텍사스 복권 역사상 세 번째로 큰 당첨액이었다.

당첨금은 ‘룩(Rook) TX’라는 델라웨어에 있는 유한합자회사가 차지했으며, 복권 관계자들은 당첨자가 익명 유지를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대표 일간지인 휴스턴 크로니클은 작년 말 복권이 대량 매수 작전이 이었다고 보도했고, 이에 텍사스 정치인들은 복권위원회 내부의 부정부패 의혹까지 제기했다.

복권 티켓의 대량 구매는 불법이 아니며, 몇 년에 한 번씩 뉴스에 오르내린다. 1992년에는 수학 천재 스테판 맨델이 이끈 2500명의 호주 도박 조합이 500만 장의 티켓을 구매해 미국 버지니아에서 2700만 달러의 잭팟에 당첨됐다.

비슷한 방식으로 미시간주의 은퇴 부부 제리와 마지 셀비도 복권 대박을 터트렸고, 이 이야기는 2022년 ‘복권의 비밀(Jerry and Marge Go Large)’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WSJ은 이번 텍사스 복권 작전은 그 규모가 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이 건은 런던의 은행원에서 도박업자로 전향한 버나드 마란텔리가 설계했으며, 그의 오랜 사업 파트너이자 호주 태즈메이니아 출신의 도박 사업가 젤리코 라노가예츠가 자금을 댔다.

특히 라노가예츠는 그는 대학 친구 데이비드 월시와 함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리한 도박 기회를 포착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재산을 쌓은 도박 거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블랙잭뿐 아니라 복권, 경마, 스포츠 베팅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도박을 정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블랙잭 카드 카운팅(플레이어가 테이블에 나온 카드들을 기억하거나 추적하여 남은 카드들의 구성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베팅 금액이나 전략을 조정하는 기술)으로 돈을 너무 많이 벌어 호주뿐 아니라 라스베이거스 대부분 카지노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의 별명 중 하나는 ‘조커’다. 예측 불가능하고, 머리가 비상하며, 교묘하게 판을 흔드는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당 조커에서 비롯됐다.

WSJ은 “그는 외딴 카지노와 경마장에서조차도 대담한 판을 성공시키는 능력 때문에 조커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전했다. 또한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은둔 생활을 함에 따라 ‘네스호의 괴물’(스코틀랜드 네스호에 산다는 전설 속 생물)이라고도 불린다.

▲출처 게티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잿팟 기회’ 포착은 마란텔리가 했다. 마란텔리가 소유한 ‘화이트스완 데이터’의 수학자들로 구성된 팀은 전 세계의 도박시장을 분석하고, 이를 도박꾼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텍사스 복권 당첨 기회도 이 회사가 처음으로 감지했다.

이들은 2023년 초 작전을 개시했다. WSJ은 그는 어려움을 겪고 있던 온라인 스타트업 로터리닷컴(Lottery.com)과 협력했으며, 이 회사는 텍사스 복권위를 설득해 4곳에 수십 개의 복권 단말기를 배치했다.

이들 장소에서 마란텔리의 팀은 온종일 땀을 뻘뻘 흘리며 1초에 100장 이상의 티켓을 인쇄, 1~54까지의 6자리 조합 약 2580만 개 중 99.3%를 구매했다. 로터리닷컴은 판매 티켓당 5%의 수수료를 챙겼다. 복권 한 장당 가격은 1달러이다.

당첨 번호인 3, 5, 18, 29, 30, 52가 발표된 지 몇 시간 만에, 마란텔리의 팀은 작업장 중 한 곳에서 해당 티켓을 찾아내 당첨금 9500만 달러 가운데 세금, 일시불 수령에 따른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5780만 달러를 수령했다. 또 5780만 달러에서 2580만 달러의 복권 매입비, 그 외 제반 비용을 빼면 최종 2000만 달러의 이익을 남긴 셈이라고 WSJ은 추정했다.

당시 로터리닷컴의 임원 그렉 포츠는 동료들에게 언론에 해당 내용을 공개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이런 방식은 합법적이고 규정을 준수하지만, 복권 구매자들 사이에선 부정행위로 여겨질 수 있어 주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언론 보도로 복권 대량 구매 작전이 있었다는 것이 알려진 후 텍사스 복권위는 조직적인 대량 구매를 어렵게 만들기 위해, 저유동성 매장에 추가 단말기 제공을 중단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텍사스의 자칭 도박 감시자 돈 네틀스는 로터리닷컴과 당첨자들을 상대로 일반 구매자들을 기만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 측은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텍사스 주지사인 그렉 애벗은 2월 텍사스 레인저스에 조사를 지시하며 “텍사스 주민은 모두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복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면서 "조사 결과 기소 가능성이 드러난다면 기소돼야 하고, 복권위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면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텍사스 부지사는 이달 초 “텍사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중에 대한 도둑질”이라며 “모든 은행 강도, 서부 개척시대의 열차 강도들, 그 외 모든 도둑질을 합친 것보다 크다”고 비난했다.

이에 룩 TX 측 변호사는 WSJ에 "모든 관련 법, 규정, 규칙을 준수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복권위 집행 이사인 라이언 민델은 “법이 위반됐다고 볼 근거는 없다”면서 “게임의 공정성은 훼손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당첨자 선정, 추첨 절차, 게임의 기본 구조 등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서 “이들 대량 구매 그룹은 합법적인 구매자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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