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전 “무역·관세전쟁에 승자 없다” 비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동남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른 가운데, 이번 방문 목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 맞서 동맹을 구축하려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은 동남아시아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격에 방향을 틀었다. 시 주석은 방문국 정상들에게 중국에 불리한 거래를 미국과 타결하지 말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날부터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3개국 순방을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중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한편, 동맹 및 우방국을 중심으로 90일간 상호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 일명 ‘트럼프 관세’에 보복한 중국을 응징하는 한편,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 등에 대폭 인상 회피를 시사하며 양보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시 주석은 시장을 뒤흔드는 불안정한 관세 정책을 채택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보다 중국이 더 안정적인 파트너라는 점을 어필할 것을 보인다.
리넷 옹 토론토대학교 중국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시진핑 주석의 해외 순방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무역 전쟁에서 미국에 대항하는 동맹관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시 주석의 방문은 동남아의 어려운 상황을 부각하기도 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대중 관세 부과 이후 중국계 기업들은 동남아시아 제조 거점에서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의 관세 적용 제외를 요구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값싼 중국 제품이 자국 시장에 유입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 주석은 동남아 순방을 앞두고 공산당 기관지 ‘년전(인민)’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했으며 중국과 베트남은 다자간 무역 체제와 안정적인 공급망을 공동으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역 전쟁과 관세전쟁엔 승자가 없고 보호무역주의는 출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베트남 북부에 국제철도 건설을 추진할 의향이 있고 베트남 수출 확대와 5세대(5G) 이동 통신,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 협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 및 경제 측면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서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에 대한 불신이 강하지만 경제는 여전히 중국산 부품과 원자재에 의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