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민] 유럽에 부는 황사

입력 2025-04-1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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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비염이 있는 사람이라면 ‘봄의 불청객’ 황사의 공습은 그야말로 하늘이 노래질 일이다. 그럴 때면 ‘어디 공기 좋은 곳에 가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초록빛 숲과 강, 파란 하늘이 아름다운 유럽의 사진을 본다면 ‘저기가 거긴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큰 기대는 마시라. 사진은 그저 보기 좋은 날을 담아놓은 것일 뿐, 유럽에도 황사가 있다. 유럽을 뒤덮는 황사의 진원지는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사하라 사막이다. 사하라 사막의 모래먼지는 늦은 봄과 이른 가을에 주로 발생하는데, 적도 인근에서 움직이는 열대 파동이 사하라 사막 남쪽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할 때 형성된다.

이 열대파가 이동하면서 모래먼지를 공기 중으로 걷어 올리고 이 먼지가 대류를 타고 유럽으로, 아메리카로 퍼져나간다. 사하라 사막 먼지는 보통 1만km를 이동하는데 2003년엔 일본에서도 검출됐다는 기록이 있으니 참 멀리도 날아갔다.

이곳에서도 황사가 심한 날에는 관계당국이 노약자들의 외출을 삼가라는 재난안내 문자를 보낸다. TV에선 기상위성에서 보내온 영상을 통해 사하라발 황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지만 사람들은 그다지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일부 어르신들은 마스크를 하고 다니지만 그나마도 일반 마스크인 경우가 많다. 또 황사에 아랑곳없이 많은 사람들이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즐긴다.

이런 문화적 차이만큼이나 유럽의 황사가 한국에서 본 황사와 표면적으로 다른 점은 색깔이다. 검은색 입자가 묻어나는 한국에서와는 달리 이곳에서 차에 내려앉은 황사를 닦아내면 진한 황토색이다. 아마도 한국에선 황사가 중국의 공업지대를 지나면서 중금속을 담아오는 반면에 사하라 사막 황사는 중간에 오염물질을 유발할 지역이 없기 때문인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모래먼지는 사람들의 건강에 유해한 것으로 낙인찍혀 있지만 자연에선 나름 순기능도 있다. 사하라 사막 먼지에는 규산염과 황산염, 석영, 칼슘, 철, 나트륨, 망간 등이 함유돼 있는데 이는 대서양과 지중해에 영양소와 미네랄을 공급해 바다생태계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먼지는 아마존 식물의 필수 영양소인 인(P)을 연간 약 2만2000톤 공급하는데, 이는 아마존 밀림 자체에서 생산됐다가 비와 홍수로 씻겨 나가는 인의 양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결국 사하라 사막의 먼지가 아마존 열대 우림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스스로 ‘자(自)’ 그러할 ‘연(然)’. 사람의 손길 없이도 조화롭게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맞춰가는 ‘자연의 힘’이 참으로 오묘하고 대단하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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