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만으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평등원칙 위반”

국가유공자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을 자녀 중 연장자가 우선 받도록 규정한 법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10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 13조 2항 3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법 조항은 개정 시한인 내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이 유지된다.
국가유공자법은 유족 보상금의 지급 우선순위를 배우자-자녀-부모 순으로 규정한다.
순위가 같은 유족이 여럿이면 서로 협의해야 하고, 협의가 안 될 경우 유공자를 주로 부양·양육한 사실을 입증한 사람이 보상금을 받는다. 이마저도 해당하는 사람이 없으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우선 지급하게 돼 있다.
국가유공자 둘째 자녀인 A 씨는 2019년 자신이 아버지를 부양했다며 보훈당국에 보상금 지급을 신청했지만, 자녀 간 협의가 없고 부양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거절당했다.
이후 보훈당국이 2020년 1월 자녀 중 연장자를 망인의 선순위 유족으로 지정하자, A 씨는 국가유공자 선순위 유족 등록거부 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보훈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연장자 우선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헌재는 “국가유공자 자녀 중 특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가 있을 수 있는데, 이 사건 연장자 우선 조항은 개별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나이 많음을 선순위 수급권자 선정의 기준으로 삼는다”며 “이는 국가유공자 유족의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이라는 국가유공자법의 입법 취지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재정상 한계로 인해 각종 보상의 총액이 일정액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 내에서 생활보호의 필요성이 더 큰 자녀에게 보상을 지급한다면 입법 취지를 살리고 국가의 과도한 재정부담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나이를 기준으로 보상금 지급을 달리하는 것에 따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협의지정조항‧부양자 우선조항 등 예외를 언급하면서도 한계를 지적했다.
헌재는 “국가유공자 자녀 간 협의가 되지 않을 수 있고, 자녀 가운데 국가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며 “이러한 경우에는 이 사건 연장자 우선 조항으로 돌아가 여전히 나이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유공자의 자녀 중 나이가 많은 자를 선순위 수급권자로 정하는 것은 국가유공자법의 각종 보상이 가지는 사회보장적 성격에 부합하지 않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