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주택채 발행↓…국가채무 비율 6년만 감소
美관세 등 악재에 추경 임박…적자국채 발행 불가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4.1%를 기록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 아래 법제화를 추진했던 재정준칙 기준(3%)을 3년 연속 지키지 못했다. 큰 폭의 세수 감소에도 민생 직결 사업을 진행한 결과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반면 원화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외평채)와 국민주택채가 당초 예상 만큼 발행되지 않으면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6년 만에 감소했다.
정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2024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차감해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지난해 104조8000억 원으로 2022년(117조 원)과 2020년(112조 원)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높았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5.0%), 2023년(3.6%)에 이어 지난해(4.1%)까지 재정준칙 상한선을 넘겼다.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현 정부가 3년 만에 막을 내리면서 임기 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재정준칙 기준을 초과한 셈이 됐다.
이는 지난해 기업실적 감소에 따른 법인세수 감소 여파로 30조8000억 원 규모 세수결손이 났음에도 약자복지 등 민생사업 지출은 늘렸기 때문이다. 국세수입 감소에 따른 지방교부세 감액, 기금·특별회계 등 가용재원을 활용했지만 총지출(638조 원)이 총수입(594조5000억 원)을 웃돌았다. 박봉용 재정관리국장은 "세입은 적었지만 민생 관련 사업 지출은 삭감하지 않고 유지한 결과"라고 했다.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잠정·1175조2000억 원) 비율은 46.1%로 당초 예상(47.4%)보다 1.3%포인트(p) 줄었다. 국가채무 규모도 기존 전망치(1195조8000억 원)보다 20조5000억 원 적었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채무가 2023년 결산 기준(1126조8000억 원)보다 69조 원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48조500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는 원화 외평채(12조8000억 원)가 국회의 관련 입법 지연(외국환거래법 개정안·지난해 12월 국회 통과), 주택채(79조1000억 원)가 부동산 경기 하강 등으로 예상치 만큼 발행되지 않으면서 지난해 예산안 대비 각각 19조2000억 원, 4조6000억 원 줄어든 영향이다.
외평채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발행·보증하는 채권으로 통상 환율 대응에 사용된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오를 때 달러 외평채를, 내릴 때는 원화 외평채를 발행해 외평기금에 자금을 조달한다. 최근 2년간 이어진 대규모 세수결손에 외평기금이 활용됐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안에 최대 18조 원 규모의 원화 외평채 발행 계획을 담았는데 국회의 관련 논의 지연으로 무산됐다.
주택채는 정부가 국민주택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국채인데, 부동산 경기 둔화로 발행량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
외국환거래법 국회 장기 계류, 부동산 경기 하강은 정부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국가채무 비율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감소한 것은 2018년(33.9%) 이후 6년 만이다. 국가채무 비율은 2018년부터 2019년(35.4%), 2020년(41.1%), 2021년(43.7%), 2022년(45.9%), 2023년(46.9%)까지 계속 오르다 지난해 소폭(0.8%p) 감소했다.
정부는 세입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국채를 통해 채무를 억제한 것도 정책적 노력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채 발행으로 세수 결손분을 다 충당한 게 아니라 기금 여유재원 등을 통해 민생 사업 등 할 일은 하고, 그것을 국가채무 증가로 연결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부터다. 정부는 올해부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재정준칙 기준인 3% 이내로 관리(2025년 2.8%)한다는 계획인데, 미국 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 둔화로 당장 법인세수 부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고금리·탄핵 정국에 따른 내수 부진과 최근 경북 산불 등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도 초읽기에 접어든 상태다. 정부는 다음주 초 재난·통상대응, 민생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10조 원 규모 추경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35조 원 추경안'과 간극이 크다. 결국 적자 국채 발행으로 추경을 재원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만큼 규모가 커지는 만큼 재정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