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직(職) 걸겠다’는 금감원장 발언

입력 2025-03-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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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자본시장부장

상법개정 둘러싼 당국자 간 엇박자
정책조율 안돼 시장 불안감만 증폭
잇단 강경발언 정치적 의도 아니길

상법 개정을 놓고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상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직(職)을 걸고서라도 막겠다”라고 결기에 찬 발언을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상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하거나 자본시장법과 함께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말해왔다”면서 이 원장과는 다른 견해임을 강조했다.

이틀 후인 지난 28일 이 원장은 금감원발(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에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내 상법을 둘러싼 기관 간 분열 불씨에 다시 불을 지폈다. 금융위도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 등 정부에 상법 관련 거부권을 행사한 뒤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추진하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 개정을 놓고 벌이는 금융 당국자 간 신경전은 시장 참여자들과 경제 주체들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탄핵심판 중 리더십 부재 상태에서 정부 부처 간 정책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업과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상법 개정과 같은 중요한 정책에 정부가 겉으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정책 관련 부처 간 조율 기능이 마비된 상태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원장의 발언은 금감원장이 가진 권한의 측면에서 보면 ‘월권’에 해당한다. 직을 걸고 거부권 행사를 막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과 입법부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게다가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이나 법 개정 관련 논의의 주무 부처는 법무부와 금융위 등이다. 임기를 3개월여 남겨둔 금융감독 기관의 기관장이 할 수 있는 얘기로는 적절하지 않다.

이 원장의 강경 발언은 몇 차례 더 있었다. 지난 2월 열린 ‘한국 증시 활성화 토론회’ 직후에도 나왔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 관련 항소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대해 그는 “재판부 판결은 존중한다. 공소 제기자로서 국민께 사과드린다”면서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주가치 보호 원칙을 중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 원장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로 있으면서 이 사건의 수사 및 기소를 주도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 회장이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아,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 원 유상증자 발표에 ‘긍정적’ 입장을 밝히며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가, 며칠 만에 한화 측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었다. 유상증자 당위성, 주주소통 절차, 자금사용 목적 등에서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 기재가 미흡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지분 희석을 우려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급기야 이복현 원장의 다소 부적절한 강경 발언과 행보에 임기 만료 후 다른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아직 금감원장의 직분을 가진 상황에서 ‘개인플레이 하느라 시장에 혼란을 준다’라는 얘기들이 나오는 이유를 ‘직에 맞게’ 톺아보기를 바란다. l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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