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전단계 ‘장상피화생’ 급증

입력 2009-07-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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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증상 없어 내시경 검사로 발견되는 경우 대부분

한국인의 암중 위암 환자가 11만2천여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년대비 증가율도 10%로 대장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절인 음식, 짠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과 함께 떠 먹는 문화로 인해 위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균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처럼 증가하는 위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예방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위암의 전단계로 알려진 장상피화생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장상피화생’에 대해 알아본다.

◆장상피화생 환자 최근 3년간 3배 급증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지현 교수팀이 최근 3년간 내시경검사를 받은 수검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위암 전단계로 알려진 '장상피화생' 환자가 2006년 146명에서 지난해 441명으로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장상피화생은 50대 이상, 중년층 이상에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사결과 또한 50대 이후에 비교적 높은 환자증가를 보였다.

하지만 50대 이상 환자비율은 2006년 86.3%에서 2008년 77.3%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 30~40대 젊은 환자비율은 2006년 13.7%에서 2008년 22.7%로 꾸준히 증가, 젊은층 위암 발병의 위험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장상피화생은 위 점막의 상피세포가 장 점막의 상피세포로 변하는 것으로 일종의 위암 전단계이다. 위암은 '위염'이 만성화돼 위 점막이 얇아지고 주름이 생기는 '위축성 위염', 위축된 위점막에 장 점막의 상피세포가 생기는 '장상피 화생', 위 점막의 표층 부분에 암과 비슷한 세포가 생기는 ‘이형성증’의 단계를 거쳐 위암으로 발전한다.

일반적으로 장상피화생 환자는 위암 발생 위험도가 약 10~20배 정도 증가한다.

◆지치고 늙어 제 기능 못하는‘위’ 자리를 ‘장’세포가 차지

장상피화생 환자의 증가는, 위암이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생활 개선 등 예방 노력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장상피화생은 위축성위염이 만성화되면서 위 점막에서 소화액을 분비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생긴다.

우리 몸이 소화액을 분비하지 못하는 세포들을 ‘필요 없는 것’으로 판단, 대신 그 자리에 위에는 필요 없는 ‘장 세포’가 자리하게 되는 것. 위가 지치고 늙어 제 기능을 못하는 자리를 다른 세포가 차지하는 셈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많이 관여하는 것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다. 하지만 고령으로 인한 기능 저하, 절이거나 자극적인 음식, 음주와 흡연, 폭식 및 다이어트 등도 위험 요인이며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도 유발될 수 있는 등 원인이 다양하다.

문제는 암의 전단계이자 위암 경고의 의미인 장상피화생은 증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소화액을 분비하는 위 점막이 장 점막으로 변하면서 소화액 분비가 줄고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심하지는 않다.

또한 위산과다로 인한 위장장애가 있던 환자의 경우 위산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즉, 개인이 느끼는 증상으로는 장상피화생의 진행 여부를 거의 확인할 수 없는 셈. 때문에 내시경 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지현 교수는 “내시경 검사상 위 점막의 소화액 분비선이 없어지고 회백색으로 변하는 소견이 장상피화생”이라며 “위축성위염에서 이미 장상피화생으로 진행된 경우 반수 이상의 환자에서 원래의 세포형태로 복원이 불가능하므로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년마다 정기적 내시경검사 권장

장상피화생이나 위축성위염이 위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으려면 식습관 개선을 통한 지속적인 예방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간고등어, 김치, 젓갈 등 절인 음식이나 맵고 자극적인 음식, 훈제음식은 가급적 피하고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또한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되, 위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소식을 하고 식후에는 음식물이 위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음주와 흡연은 빨리 끊는 것이 최선. 식사 후 바로 눕거나 자는 버릇도 고치는 것이 좋다.

위암 진행과정에 가장 많이 관여하는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되어 있는 경우, 제균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장상피화생 환자에게 제균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며, 제균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장상피화생이나 위축성위염이 호전되지는 않는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지 않는 경우에도 절이거나 자극적인 음식, 폭식 등의 식습관과 음주, 흡연 등에 의해 위축성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장상피화생의 진행에는 헬리코박터 균 이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제균치료와 식생활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진행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심한 장상피화생 환자의 경우 1년마다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해 진행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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