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GDP 분기 전망을 앞둔 각성의 시간

입력 2024-05-13 06:00 수정 2024-05-1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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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1분기 ‘깜짝’ 실적이 가져온 후폭풍이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전분기 대비)은 전기 대비 1.3%(전년동기대비 3.4%)로 나왔다. 시장 전망치인 0.5~0.9%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한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은이 봤을 때도 당초 예상보다 숫자가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GDP 발표 당일 경제통계국장은 “(깜짝 실적의) 지속성을 봐야 한다”며 브리핑 내내 톤다운된 어조로 답변했다.

연평균 GDP 증가율은 각 분기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 평균값과 거의 비슷하다고 판단한다. 한은이 2월에 전망한 올해 상반기 GDP 증가율은 2.2%다. 1분기 전년동기대비 수치가 3.4%인 점을 고려하면 2분기 전년동기대비 GDP 증가율은 1.0% 정도 나와야 한다. 일각에서는 전년동기대비 기준이 1.0%라면, 2분기의 전기대비 수치는 ‘어닝 쇼크’일 수 있다는 극단적인 예상도 한다.

1분기 GDP 지표를 두고 한은 직원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숫자를 못 맞췄다는 한숨도 내쉰다. 한 한은 직원은 “전망을 제대로 못했다는 속상함이 반이고, 이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 나가야 할지 고민이 반일 것”이라고 얘기했다.

총재 조차도 해외 출장지에서 “한은 입장에서 우리가 (기존 전망에서) 뭘 놓쳤는지, 그 놓친 것의 영향이 일시적인 것인지 더 길게 갈 것인지 이런 것들을 점검할 시점”이라고 언급할 정도니 한은 내부의 압박감을 일견 가늠할 수 있다.

1분기 지표를 두고 한은이 술렁거리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 바로 하반기부터 GDP 전망 단위를 기존 반기·연간 단위에서 분기 단위로 세분화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총재가 신년사를 통해 직접 밝힌 계획이다. 올해 8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는데, 아직까지 시행 시기가 변동된 것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총재는 “전망 오차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면서도 “경제주체들이 중앙은행 전망의 전제조건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됨으로써 여건 변화에 따른 정책 변화 방향을 체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되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이러한 경제주체들의 올바른 기대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과감하게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전망 오차에 대한 우려를 염려하고, ‘과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신년사는 마치 작금의 상황을 미리 예견한 듯하다.

한은의 경제전망은 국내외 모든 경제주체들의 관심사다. 경제 상황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생각을 정리하고, 결정을 내리는 중요한 여러 기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GDP 1분기 지표 발표 당일, 한은에서는 ‘신중 모드’를 켰던 반면 기획재정부는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열고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에 선명한 청신호”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한은과 샴페인을 터뜨린 기재부. 경제 대표 지표를 해석하는 기관 간의 온도차는 컸다. 경제주체들은 어느 해석에 장단을 맞춰야 했을까. 혹자는 “(한은과 기재부) 각 자 입장에서, 각 자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GDP 분기 전망은 시시각각 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GDP 전망 오차를 두고 한은 안팎에서 쏟아지는 질책은 어쩌면 분기 전망 시행을 앞두고 필요했을 수도 있다. 각성의 시간을 보낸 후 모습을 드러낼 GDP 분기 전망이 ‘경제주체들의 올바른 기대형성’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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