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알·테’의 습격...대책 失機 말길

입력 2024-03-21 05:00 수정 2024-03-2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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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효 중소중견부 차장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나타난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레이 장 한국 대표는 혼쭐이 났다. 한국 제품을 베낀 짝퉁(가짜 상품)이 초저가에 버젓이 팔리고, 심지어 국회의원 배지가 1만5000원에 팔리는 실태에 대해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따져 물어서다. 당시 장 대표는 조처하겠다고 답했다. 공정위도 “불공정행위 관점에서도 조사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반년이 지났다. 그 사이 알리와 테무는 ‘초저가 메이드 인 차이나’를 앞세워 한국 유통시장을 매섭게 잠식했다. 알리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 추정치는 지난해 9월 500만 명 수준에서 10월 600만 명을 넘어섰고, 다음달엔 7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해외 직구액(6조 8000억 원)은 1년 전(5조 3000억 원)보다 약 27% 늘었다.

앱·리테일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 이용자 수는 818만 명에 이른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의 데이터를 보면 지난달 사용자 수가 전월 대비 급격히 증가한 애플리케이션은 단연 알리였다. 증가율로는 11%에 불과했지만 사용자 수로는 60만 명이 급증했다. 쇼핑 분야 앱 신규 설치 순위에서도 테무 165만 건, 알리 109만 건으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사용자가 폭증하니 피해도 커졌다. 인증을 거치지 않은 위험 상품, 짝퉁, 청소년 유해매체물(성인용품), 위해 식·의약품 등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곳곳에서 나왔다. 정부는 이달 부랴부랴 알·테(알리·테무)를 정조준한 칼을 빼들었다.

그러나 국감에서 문제가 제기된 지 6개월이 지나서 나온 대책 치고는 눈에 띄는 점이 없다.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 소비자 피해구제와 분쟁 해결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해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을 바꿔 소비자를 구제하겠다는 접근은 다행스럽지만 정치권이 4월 총선에 온통 집중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시일 내에 개정되긴 어렵다. 특히 이미 사용량이 급증하고, 그간 불량품, 가품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구제핫라인, 자율협약 같은 방안이 때에 맞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이 대책에 ‘소상공인’이 없다는 점이다. 대책 자체가 ‘소비자 보호 종합대책’이다보니 소상공인 관련 대책이 없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이 요구하는 대책 중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된 부분도 있다. 예컨대 KC인증 부분이다. KC인증은 전기·생활·어린이제품 등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직구 제품은 이 의무에서 벗어나 있다. 알·테 열풍으로 미인증 제품이 판을 치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들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자신들이 KC인증을 비롯해 정밀검증, 물건 수입 시 받는 현장(관능) 검사,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품목별 자가검사, 현지 공장심사 등을 받을 때 중국 직구 제품은 아무런 규제 없이 쏟아지니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 소상공인은 물건을 납품해 3000만 원의 마진이 발생하면 인증비용으로 1000만 원을 소진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같은 상품이더라도 한국 제품과 중국 직구 제품의 가격이 수십 배 차이나는 이유 중 하나에는 이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 탓도 있을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직구 제품에도 자신들과 같은 규제가 가해지면 지금과 같은 터무니없는 단가로는 팔 수 없다고 볼멘소리다. 신발, 양말, 우산, 휴대폰 케이스 등 잡화를 제조·판매하는 사업자들은 고사상태를 호소하고 있다.

알리는 현재 한국 중소상공인이나 업체가 물건을 해외에서 팔 수 있는 역직구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업자들은 입점 가능성을 내비치지만 납품가격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중소상공인 전반이 종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메이드인 차이나의 초저가 공습에 방향을 찾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추가 대책이 시급하다. 정책이 신뢰감을 갖기 위해선 ‘때’를 놓쳐선 안된다. 실기한 대책으로는 문제를 안정시키거나 바로잡는 데에 한계가 있다. 자칫 국감장의 뭇매 대상이 알리가 아니라 정부가 될 수도 있다.

soraho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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