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흡연·음주보다 사회적 비용 커”…예방·치료에 정부 개입 시급

입력 2024-03-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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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예방관리 급여 적용 검토해야…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포함 기대

▲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된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한 허연 을지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가 국내 비만 유병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
▲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된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한 허연 을지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가 국내 비만 유병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

“비만은 사회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정부의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대한비만학회 소속 전문가들이 적극적인 비만 관리 정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비만은 개인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가중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진료, 치료, 수술 등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학회는 8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비만 진료 급여화를 위한 건강보험정책’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비만 전문가들은 국내 비만 환자 증가세를 완화하고,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비만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 관심 질병통계에 따르면 2018년 1만5407명이었던 환자 수는 2022년 2만7072명까지 증가했다. 전체 인구의 비만율은 37.1%로 추산되며, 특히 85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하면 전 연령에서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비만은 만성·중증 질환을 동반할 위험이 크다. 학회에 따르면 정상 체중보다 비만한 환자의 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은 2.6~2.7배 높다. 뇌졸중은 1.2배, 심근경색은 1.3배 위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만성질환 없이 건강히 살 수 있는 ‘건강수명’은 남녀 모두, 모든 연령대에서 비만 환자가 건강한 사람에 비해 짧았다.

허연 을지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는 “12년도부터 모든 연령대에서 2~3단계 비만이 증가하고 있는데, 남자는 30대 여자는 70대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라며 “특히, 3단계 비만은 남녀 모두 20~30대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비만은 2형 당뇨병, 암, 호흡기와 근골격계 질환, 우울증 등을 유발한다”라며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고려하면,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필요성이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비만의 사회적 비용(의료비·간병비·생산성 손실·사망)은 연평균 7%씩 증가했다.

이선미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센터장은 “현재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흡연, 음주보다 큰 수준이며, 이에 따른 의료비 증가가 건강보험 재정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건강증진정책,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차원에서 비만 예방과 관리를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소외계층이 비만의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특성도 문제다. 김원석 을지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는 “인종, 소득, 학력 수준에 따라 비만 유병률에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라며 “건강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이 강조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차보건의료 체계 내에서 비만을 예방 및 관리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보험 급여 혜택을 폭넓게 적용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비만 환자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고도비만환자에게 시행하는 ‘비만 대사 수술’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수술 전후로 필요한 검사, 내과적 치료, 수술과 관련된 입원비 등이 원칙적으로 모두 비급여다. 추적관리 체계도 미비해 환자의 체중이 다시 증가하거나, 수술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학회는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인 ‘3단계 비만’이거나, 30 이상 35 미만인 ‘2단계 비만’이면서 동반 만성질환이 1개 이상 있는 환자는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허 교수는 “비만은 국가의 보건의료시스템 하에서 지속적인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건강보험을 활용해 치료와 관리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만성질환 관리사업에 비만 관련 프로그램을 포함하면, 환자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부는 2019년부터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위한 ‘일차 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의사와 케어코디네이터가 팀을 이뤄 지역사회 내 환자들의 건강을 지속해서 관리하는 서비스다.

남가은 고려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내 비만 치료가 미용 목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어 우려스럽다”라며 “고혈압 및 당뇨병 환자의 상당수가 비만을 동반하고 있는 만큼, 시범사업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비만 평가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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