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예비 대학생의 ‘말할 수 없는 비밀’

입력 2024-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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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렀다는 A 씨(18)에게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A 씨에게서는 “원래 가고 싶었던 과는 경영학과”라는 답만 들을 수 있었다. A 씨는 생각보다 수능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점수에 맞춰 정시를 지원했다고 했다. 본인이 지원한 전공은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디자인 전공을 희망한다는 B 씨(18)에게도 지원 학과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AI를 활용한 디자인 수업을 꼭 들어보고 싶었는데, 점수가 모자랐다”는 그는 “전혀 관심 없던 과를 썼다. 뭘 배우게 될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무전공 입학 확대에 나선다. A, B 씨와 같은 학생들이 폭넓은 전공 공부를 하고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찾아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대학 입학 정원의 30% 정도는 전공 벽을 허물고 입학시킨 뒤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권을 주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교육부는 ‘2024년 대학혁신 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통해 무전공 선발 비율을 높인 대학에 더 많은 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학생 전공 선택권 확대’ 등 대학의 다양한 시도와 성과를 정성평가해 지원금을 배분하고, 무전공 선발 비율에 따라 최대 10점의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인기학과 쏠림’ 등 예상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AI나 반도체 등 취업에 유리한 학과로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정 전공으로 학생들이 쏠리게 되면 대학은 해당 분야 교수 충원과 시설 등 인프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비인기 기초학문은 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무전공 입학 확대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설문조사에서 대학 총장들은 무전공 입학 확대와 관련해 ‘대학 및 계열 특성에 따라 도입’, ‘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A, B 씨와 같은 학생들에게 본인들이 택한 전공이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된 것 또한 일부 인기학과로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전공 입학 확대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본래 취지대로 진행되려면 더 면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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