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 세진 PEF…경영권 분쟁 판도 흔든다 [퍼센트 전쟁]

입력 2023-12-21 16:58 수정 2023-12-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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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잃을 것 없는'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촉발
현대, 삼성, LG 등 재벌그룹서 주주행동주의 영향 확대
"내년 주주총회서도 주주제안 활발할 것"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기업에 미치는 사모펀드(PEF)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영향이 재벌그룹에도 미치는 가운데, MBK파트너스의 행보는 '잃을 것이 없다'는 계산과 더불어 PEF도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포석을 깔아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올해 초 주주행동주의가 주목받은 만큼 내년 초에도 적극적인 주주행동과 이에 따른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앤컴퍼니 흔드는 MBK

대부분의 경영권 분쟁이 그렇듯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의 뒤에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있다.

다만, 이번 공개매수는 의문을 자아냈다. 유통 주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20% 넘는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것 역시 쉽지 않고, 재벌 기업을 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면 향후 사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권에서는 공개매수 실패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실패 가능성도 적지 않은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데에는 여러 해석이 있으나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국내 1위 타이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 또한,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원매자가 등장할 시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 씨 지분을 함께 묶어 팔 수 있는 동반매각요구권(드래그얼롱)을 확보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차익을 노릴 수 있다.

공개매수에 실패하더라도 사모펀드로서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2만 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려잡는 한편, 금융감독원에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과정에서 시세조종이 의심된다며 조사를 의뢰하는 등 판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존재감 키우는 행동주의 펀드

이러한 MBK파트너스의 행보는 행동주의펀드와 비견되며 주목받고 있다. 그룹 우호적인 형태를 지속해왔던 MBK파트너스가 행동주의를 지향하는 사모펀드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도 나오는 이유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의 무게감은 커지고 있다. 강성부펀드(KCGI)가 인수한 KCGI자산운용(구 메리츠자산운용)은 출범 이후 첫 행동주의 활동 대상으로 현대엘리베이터를 지목했다.

KCGI자산운용은 8월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에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달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이사 선임과 관련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 0.62%를 보유 중인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은 6일 삼성물산의 주가와 내재가치 차이가 33조 원에 달한다며 자사주 매입과 이사회 다각화, 지주회사 체제 재편 등 주주환원 및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앞서 또 다른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와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등도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촉구했다.

투자목적의 지분 매입만으로도 주가 상승을 끌어낸 사례도 있다. 영국계 투자회사 실체스터인터내셔널인베스터즈 LLP(실체스터)는 올해 4월부터 LG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실체스터는 8월 말 LG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지분율을 6.025%로 끌어올리고 3대 주주로 등극했다. 실체스터는 ‘일반투자’ 목적으로 LG 지분을 5% 이상 보유했다고 공시했으나 LG그룹 내 지분 상속 분쟁이 불거진 상황에서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전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겹치면서 4월 한때 52주 신고가인 9만8000원까지 주가를 견인했다.

주주행동주의 트렌드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업권까지 이어졌다. 11월 말 코람코자산신탁은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렙,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등의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지분을 보유 중인 리츠에 적극적인 주주행동 전개를 예고한 것이다.

코람코자산신탁 측은 “상장 리츠 선진화와 시장 유동화를 지원하기 위한 앵커리츠 설립 목적에 부합하고, 리츠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변곡점을 맞이하는 시기에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에서 나온 것”이라며 “상장 리츠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IR 활동 등을 하도록 시너지 효과를 내는 등 보조 장치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주총 앞두고 활발한 주주행동 전개 전망

증권가는 내년 초부터 행동주의·사모 펀드의 주주행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총 6주 전까지 전달돼야 한다. 3월에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앞서 1~2월에는 주주총회 안건이 전달돼야 하므로 새해 시작과 함께 행동주의 혹은 사모펀드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올해 초에도 KCGI가 주총 전 공개주주서한으로 오스템임플란트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경영권 분쟁을 촉발했다. 얼라인파트너스도 에스엠의 지배구조와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문제 삼으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바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의 김준호 연구원은 최근 ‘2024년 한국 주주총회 시즌 프리뷰’ 세미나에서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은 전년 대비 47% 증가해 지난 6년 간 가장 많은 주주제안이 나왔다”며 “내년에도 주주제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다. 현재 활발한 주주제안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주주제안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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