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치료에 왜 내 돈을?”…마지막 '골든타임' [이슈크래커]

입력 2023-12-01 17:19 수정 2023-12-0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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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상 처음으로 마약류 사범이 2만 명대를 기록했습니다.

마약이 시민들의 일상에 침투하자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요. 마약 단속 강화와 함께 정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대상자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한정된 정부 지원 예산 대신 건보 적용을 받을 수 있어 치료 비용의 70%는 건보공단이, 30%는 환자가 부담합니다. 환자 부담 비용 30%는 정부가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마약 중독이 이미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마약 치료를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마약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습니다. 2021년 기준 마약 범죄 재범률은 36%로 다른 범죄에 비해 1.5배 높은 수준입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검거된 국내 마약류 사범은 모두 2만 230명입니다. 여기에 이들을 치료·관리할 인력과 시설에도 문제가 많은 만큼 정부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마약 재범률을 낮추자는 것인데 부유층의 마약 중독까지 지원하는 것이 맞냐는 것입니다. 개인의 일탈로 인한 중독에 사회적 비용을 쓰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것이 골자인데요. 마약 중독자들의 갱생을 위해 치료를 해주는 것은 찬성이지만 마약 중독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확충하는 등 추가적 대안 마련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마약청정국’ 지위 회복 최선”…얼마나 이뤄졌나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부터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대상자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치료보호 대상자는 검찰에서 마약 중독 등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복역 후 출소한 사람, 중독 청소년 등인데요. 지난해 기준 약 420명이 해당합니다.

그간 마약중독자 치료보호는 주로 본인의 신청으로 이뤄졌는데요. 이는 전체 투약사범 대비 3~4%(200~300명)에 불과했고 이들에 대한 치료비는 비급여로 규정돼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중독자 치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예산과 치료보호기관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문제점이 지적되자 정부는 마약 중독을 치료해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시키는 과정 없이, 단속만 강화해선 마약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요. 결국 중독치료에 대한 국가적 책임 강화 측면에서 건보의 보편적 적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습니다.

물론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마약 재범률을 낮추자는 것은 동의하지만 부유층의 마약 중독까지 지원하는 것이 맞냐는 것인데요. 개인의 일탈로 인한 중독에 대해 사회적 비용을 쓰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마약 중독자들의 갱생을 위해 치료를 해주는 것은 찬성이지만 혹여 정부에서 치료비를 지원해주니까 사람들이 ‘나도 한번 해볼까?’ 이런 생각을 가질까 무섭다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하는데요.

정부는 마약 중독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마약 치료를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항변합니다. 대신 지원받을 수 있는 대상자의 소득에 제한을 두거나 본인부담금 지원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마약 중독자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개정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마약과의 전쟁” 선포한 정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은 대검찰청 주관 제30차 ‘마약류 퇴치 국제 협력회의’ 영상 축사를 통해 “범정부 차원에서 온 힘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도 “마약과의 전쟁에서 꼭 승리해 달라”고 당부했는데요. 1년이 지난 지금 윤석열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 성과는 얼마나 거두었을까요.

한때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으로 불릴 정도였지만 해당 타이틀은 과거의 영광으로 전락했습니다. 국제연합(UN)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0명 이내일 경우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2021년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 수 31.2명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10~20대의 마약사범 증가폭이 가파른 상황입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43명이었던 10대 마약사범은 2022년 481명으로 3.4배 증가했습니다. 20대 마약사범도 같은 기간 2118명에서 5804명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마약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범죄행위 포착이 어려운 대표적인 ‘암수범죄’라는 점을 감안,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았거나 인지됐더라도 공식 통계상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암수율(신고·검거되지 않은 비율)은 28.57배 입니다. 이를 토대로 국민의 1%가 넘는 57만 명이 마약 투약 등 마약 관련 범죄자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현재 마약 시장은 ‘부풀 대로 부풀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까지 온 것인데요.

특히 마약은 중독성이 강해 재범률이 높은 범죄입니다. 김웅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약류 사범 재범률 현황’에 따르면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올 상반기(1~6월) 기준으로 50.8%에 달합니다. 마약 사범 2명 중 1명은 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는 말인데요.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이 마약 범죄율을 줄이는 데 필수조건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마약 사범에 대한 치료 대책도 허술합니다. 의료진 부족과 재정적 문제 등을 이유로 6월 기준 전국 마약 치료 지정병원 24곳 중 16곳은 환자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치료 실적이 없는 병원도 12곳에 달하고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단 2곳에 불과합니다.

재활·치료 기능은 한계에 다다랐고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이 마약 범죄율을 줄이는 데 필수조건이지만 현실은 태부족인 상황입니다.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마약치료 예산은 4억 1600만 원이 반영됐는데요. 보건복지부가 5월 기재부에 요청한 예산은 28억 600만 원이었지만 85%가 삭감됐습니다. 마약청정국 복귀? “단속·관리·치료 모두 병행해야”

“누군가는 마약이 피해자 없는 범죄라고 하는데요. 피해자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단기적으로 피해자 본인은 물론 바로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이 피해자일 수도 있습니다”

한 마약 전문가의 말인데요. 실제로 마약류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2016년 기준 형사사법 비용, 생산성 손실 비용, 의료·복지 비용 등을 포함해 4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현재 손실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커진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처럼 처벌뿐만 아니라 재활·치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처벌과 병행해야 마약과의 전쟁에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사례에서도 증명됩니다. 미국은 1980년대 중반까지 엄벌주의 마약 정책을 펼쳤습니다. 초기에는 마약사범이 감소했으나 재범률이 높은 마약 범죄 특성상 다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수감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결국 유지비용 상승과 새로운 교정시설 설치비용의 증가라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미국은 효과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한 결과 마약사범들이 의존성이 높은 약물류에 대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형사처벌만 받다보니 출소 후 다시 마약류에 손을 대는 것을 알게 됐는데요. 이에 1989년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를 통해 형사사건 처리와 마약의 치료를 통합하는 시스템인 약물 법원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마이애미 내 마약상습범이 제도를 운영한 지 18개월 만에 33%, 오클랜드에서는 48개월 만에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2003년 보고서에 따르면 약물 법원 프로그램 이수자의 75%가 수료 후 2년간 체포되지 않았으며 재범을 저지르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보다 더 길었습니다. 재범률이 줄어들면서 마약류 사범 1명 당 드는 연간 구금 비용은 최대 1만2000달러(한화 약 1621만 원) 절감되는 등 교정시설 과밀 수용 문제와 관련 비용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영국도 집행유예와 함께 치료명령을 내리는 마약류 재활 조건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 제도는 보호관찰의 역할을 강화하고 집행유예 조건 위반 정황이 발견되면 다시 치료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중독자들이 스스로 치료하는 자조 단체까지 대부분 법정 건강보험과 연금기금이 지원을 받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치료와 재활의 관점에서 마약사범과 문제를 대하는 시민 인식도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마약사범을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시선은 이들의 재기를 어렵게 만들고, 다시 음지로 들어가 범죄를 반복하는 악순환을 낳게 되는데요. 박 교수는 “마약중독자에게 필요한 것은 엄격한 처벌을 통한 반성보다는 따뜻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치료·재활”이라며 “따가운 시선과 편견은 치료만이 사회복귀를 가능케 할 것이며 사회적 폐해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흔히 마약을 하는 것은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는 것이라고 일컫습니다.. 단순 호기심에 접하더라도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큰 것이 마약이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수사도 필요하지만 관련 제도 및 예산 마련은 물론 인식의 전환, 치료 시설 확충 등을 통한 확실한 마약 근절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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