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 잔액 역대 최대…고금리에 단기자금 몰리는 기업들

입력 2023-11-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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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어음 발행잔액 규모. (출처=코스콤 체크)
▲기업어음 발행잔액 규모. (출처=코스콤 체크)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 기업어음(CP) 발행잔액이 이번 달 역대 최대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부담이 커지자 일반적인 기업 자금조달 창구인 공모 회사채 대신 단기자금 시장으로 몰리는 것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은 종료했지만, 인하 시점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로 거론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난은 악화하고 있다.

30일 코스콤에 따르면 이달 CP 발행잔액은 121조7185억 원으로 지난 4월 이후 또다시 120조 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CP 시장이 조성된 이래 최대 규모다. 10월 117조6179억 원에서 불과 한 달 만에 4조 원이 넘게 불었다. 강원도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로 자금경색이 심화하던 지난해 11월(114조 원)과 비교해도 7조 원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들어 CP 잔액이 120조 원을 돌파한 달은 1월(120조3592억 원), 3월(120조622억 원), 4월(121조4432억 원) 세 차례 있었다. CP잔액은 5월부터 하락 전환해 10월까지만 해도 117조 원 선에 머무르며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이달 들어 120조 원대로 다시 대폭 증가했다.

발행잔액이란 전체 발행된 채권 중 상환된 물량을 제외하고 현재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을 말한다. 채권 발행시장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 CP 발행잔액이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들의 단기사채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단기채 시장이 확대하는 만큼, 향후 기업이 미래에 갚아야 하는 채무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CP는 공모 회사채와 달리 발행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제출이나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에 가장 손쉬운 조달 방법이다. 반면, 기업의 단기물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만기가 도래했을 때 적시에 대응하지 못할 때 차환 부담도 가중되기 쉽다. 현재처럼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는 유동성 미스매치가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전체 CP발행잔액 가운데 만기가 1년 이하인 물량은 86조3085억 원으로 70.9%에 육박한다.

단기 시장을 통한 발행이 활기를 띠면서 회사채 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9월(8조560억 원) 대비 반 토막 줄어 4조6860억 원을 기록했다. 발행은 크게 감소했지만, 회사채에 대한 전반적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크레딧 스프레드는 오히려 벌어졌다. 회사채 AA- 3년물 크레딧 스프레드는 9월 77bp에서 지난달 82bp로 늘었다.

내년에도 고금리가 지속하면서 기업들이 공모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을 나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리인상은 끝나더라도 기준금리가 현재 ‘정점’에서 단기간에 인하로 돌아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동결한 후, 내년 국내총생산(GDP)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지난 8월에 발표했던 2.2%보다 0.1%p 낮춰 잡은 셈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도 금리 인하를 지지하기는 어렵다. 경기침체나 금융시장의 불안 등 국소적인 위기를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통해 대응하지는 않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도 내년 하반기로 보고 있다”며 “내년 2분기 중에 금리가 다시 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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