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 연기한 ‘장태완’…‘서울의 봄’ 실제 인물의 삶은 [이슈크래커]

입력 2023-11-27 16:33 수정 2023-11-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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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이 충무로의 구원투수로 떠올랐습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이달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149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주말 동안 150만 명에 달하는 관객을 끌어모으면서 개봉 닷새 만에 누적 관객 수 189만여 명을 달성했는데요. 여기에 개봉 6일째인 오늘(27일) 누적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 1000만 관객을 기록한 ‘범죄도시3’ 이후 개봉 주 최고 성적까지 썼습니다.

통상 11월은 영화계의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지만, ‘서울의 봄’은 논외인 듯합니다. 주말 동안 ‘서울의 봄’이 쓴 매출 점유율은 79.1%로, 극장을 찾은 10명 중 무려 8명이 ‘서울의 봄’을 본 셈입니다.

호성적에 호평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기준 멀티플렉스 평점은 CGV 골든에그지수 99%, 롯데시네마 9.7, 메가박스 9.5점으로 나타났는데요. SNS상에도 “영화 시작할 땐 분명 대머리 분장한 황정민이었는데, 영화 끝날 땐 전두광만 있었다”는 등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전개에 감탄하는 반응이 속출하고 있죠.

실시간 예매율도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는 만큼, 흥행세는 당분간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 추세라면 이번 주 중 300만 관객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흥행에 발맞춰, 영화의 모티프가 되어준 실제 사건과 인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관람객들의 눈길을 잡아끈 인물은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과 정우성이 맡은 ‘이태신’ 등인데요. 영화 속 인물들의 삶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 주요 인물 누구 있나…전두광·노태건, 그리고 이태신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입니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보낸 합수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총으로 경비원을 제압,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을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강제 연행했습니다.

신군부 세력의 반란 이후 ‘9시간’을 영화에 그린 만큼, 극중 인물도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삼습니다.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은 대머리 특수 분장으로 알 수 있다시피 전두환을, 박해준이 연기한 ‘노태건’은 노태우를 참고했습니다. 이성민이 맡은 ‘정상호’ 역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모티프로 하죠.

그런데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은 이름만 듣고서는 실존 인물에 대한 추측이 쉽지 않습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는 ‘이태신의 모티프가 된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 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10·26 사태 이후 전국에 계엄령이 내려졌고,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에 임명됐습니다. 군에 사조직 하나회를 만들어 이끌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이 됐죠. 이때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은 전두환을 견제하기 위해 한 사람을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임명했는데요. 그게 바로 장태완입니다. 장태완 사령관은 전두환의 군사반란에 맞서 진압군을 지휘한 인물입니다.

▲영화 ‘서울의 봄’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전두환 회유에도 굴복하지 않았지만…끝없는 비극

경북 칠곡에서 태어난 장태완은 육군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육군본부 군사연구실장, 교육참모부 차장 등을 거쳐 1979년 11월 수도경비사령관에 올랐습니다.

한 달 뒤인 12월 12일,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주축으로 한 신군부가 군사반란을 일으켰고, 이들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대통령 재가 없이 강제 연행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장 사령관은 육군총장 공관에 구출대를 보내고 한강 교량 등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또 수경사 탱크 위에 올라가 “역모자들을 체포해 사살하라”고 명령했지만, 신군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장교가 신군부에 가담했고, 장 사령관을 따르는 장교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죠.

신군부는 수많은 장교처럼 장 사령관을 회유하려 들었습니다. 그러나 장 사령관은 “나는 죽기로 결심한 놈”이라며 이를 무시했다고 합니다. 시사저널이 2006년 공개한 장 사령관의 ‘육필 수기’를 보면, 당시 그는 자신을 회유하려던 반란 세력과의 전화 통화에서 욕설과 함께 “전차를 몰고 가서 네놈의 대가리부터 깔아뭉갤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회유에 실패한 신군부는 결국 장 사령관을 체포, 그를 보안사 서빙고 분실로 끌고 가 조사했습니다. 이후 ‘투스타’ 육군 소장에서 이등병으로 강제 예편된 그는 2년 동안 사실상 가택연금 생활을 하게 됐죠.

비극은 장 사령관의 가족에게도 향했습니다. 아들의 처지에 실의에 빠진 부친은 식음을 전폐하며 1980년 별세했고, 서울대 자연대에 수석 입학했던 아들은 2년 뒤 할아버지 산소 옆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12·12 군사반란이 역사적으로 재조명되면서 전두환·노태우는 법정에 서고, 장 사령관은 뒤늦게 명예 회복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는 1994년 27대 재향군인회장에 당선된 뒤 28대 회장에 재선됐고, 2000년에는 민주당에 입당해 16대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죠. 2010년 7월 26일 79살로 별세하기 전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군사반란에 대해 일갈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가 별세한 후에도 비극은 이어졌다는 겁니다. 2년 뒤, 그의 아내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죠.

▲영화 ‘서울의 봄’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정해인이 맡은 ‘오진호’ 실제 인물은…정병주 지킨 김오랑

특별 출연한 정해인도 눈길 끄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극 중 정해인은 특전사령관 비서실장 역의 ‘오진호’ 소령으로 분합니다. 그는 “사령관님 혼자 계시면 적적하시지 않겠냐”며 사령관실을 지키다가 끝내 쓰러져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는데요. 그의 모티프가 된 인물은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지키다 전사한 김오랑 중령입니다.

김 중령의 사망 당시 계급은 소령이었습니다. 1990년 중령으로 추서됐고, 2014년에는 보국훈장이 추서됐죠. 그럼에도 비교적 이름이 생소한 건, 구체적인 사망 전후 상황에 대한 상세한 기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신군부는 군사반란 성공 이후 작성한 상황 일지에 지하벙커 입구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헌병 근무자 2명 중 1명을 체포했지만, 나머지 1명은 “반항 사격과 함께 벙커로 도주 중 사살됨”이라고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전사한 인물은 정선엽 병장인데요. 이때 사망한 인물은 또 있었습니다. 김오랑 당시 소령이 권총 한 자루로 상관을 지키려다가 6발의 총탄을 맞고 쓰러진 겁니다. 김 소령은 현장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가 뒤늦게 후송됐지만, 끝내 사망하고 말았죠.

죽음 전후 상황이 암묵적인 비밀에 부쳐지던 건 김 중령만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사망한 정선엽 병장은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가, 1995년 12·12 군사반란과 5·18 특별법이 이슈가 되면서 가족들의 증언으로 행적이 조금씩 알려졌죠.

▲영화 ‘서울의 봄’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승자가 패자로, 패자가 승자로…‘서울의 봄’이 강조한 역사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말이 있듯, ‘서울의 봄’ 결말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사실이 영화 관람을 망설이게 하는 일종의 ‘진입 장벽’으로 여겨지기도 하죠.

실로 군사반란에 성공한 전두광이 화장실에서 홀로 웃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신군부 세력이 승리를 자축하며 기념사진까지 찍는 장면은 관람객의 분노를 자아냅니다. 오죽하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스트레스 지수나 심박수를 공유하는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을까요.

그러나 작품이 패배감만 안기는 건 아닙니다. 전두광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은 “지면 반란이고, 이기면 혁명”이라며 자신들의 승리로 역사가 작성될 것으로 믿는데요. 그 과정을 지켜본 관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프차로 부하를 깔아뭉개며 총리공관에서 탈출하는가 하면, 기세등등하다가도 두려워 꽁무니 뺄 궁리를 하고, 뒷배를 믿고 허세를 부리는 모습은 승자와는 영 거리가 멀기 때문이죠.

영화는 승리에 도취한 신군부 세력의 모습을 무대에 ‘박제’하면서 비판과 조롱의 장을 도모하는 한편, 장태완·정선엽·정병주·김오랑 등 반란 세력에 맞선 이들을 조명하면서 12·12 군사반란의 진정한 승자와 패자를 가립니다. 그리고 관람객들이 느낀 분노와 굴욕, 울분은 그 판단을 가능케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죠.

김성수 감독은 인터뷰에서 “당시 신념을 지켰던 진짜 군인들을 부각하면, 역으로 반란군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이미 다 끝난 게임인데 왜 바보처럼 명분을 지키냐’고. 그런 순간에 주판만 튕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기 삶에 어떤 원칙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것 같다. 그럴 때 내리는 판단이야말로 본인이 살아온 전 생애가 대답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그런 분들도 있었다는 걸 기억해주길 바랐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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