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짜맞추기’, ‘가짜 농민’ 태양광 장사 한심하다

입력 2023-11-15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각종 비리와 불법 행위가 횡행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총체적 부실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무책임한 짜맞추기식 정책 설계였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해 추진했다는 감사원 지적이 따끔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7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20% 달성’이 국정과제로 채택되자 4개월 후 발전 목표를 기존 11.7%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당시 산업부는 특단의 인프라 대책까지 마련했다. 송배전망 등 필수 기반시설 구축 없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산업부는 2021년 4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연내에 상향하라고 지시하자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30%로 갑자기 올렸다. 산업부는 내부적으로 2030년 실현할 수 있는 발전 목표를 최대 26.4%로 가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행 방안은 나중에 찾는 것으로 하고 무리한 숫자만 제시했다. 주먹구구식 행정이 따로 없다.

감사원은 이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전기요금을 상승시킨다는 것을 알면서도 뭉갰다고 했다. 산업부가 2017년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정산단가가 높은 신재생 발전 비중이 커지면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취지로 보고했으나 대통령비서관실에서 재검토를 요청해 입장이 뒤집혔다는 것이다. 국회의 요구로 ‘전력 구입비 연동제 보고서’를 낼 때는 신재생에너지로 인한 비용 증가 우려 내용을 아예 삭제하기도 했다. 무모한 국정과제의 정당성 포장을 위해 누더기 보고서로 국회까지 속였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기본을 망각한 사이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무법천지가 됐다. 태양광발전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긴 공무원 등의 위법 행태도 만연했다. 감사원 감사결과 태양광발전 업무 연관성 있는 공공기관 8곳에서 차명으로 사업을 한 임직원 251명이 적발됐다. 한국전력공사의 한 직원은 가족 명의로 태양광발전소 6곳을 운영해 수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유리한 사업 부지를 선점하기도 했다.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 개발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로 부당이익을 챙긴 것과 뭐가 다른가. 국민들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소형 태양광발전 우대 사업을 노린 ‘가짜 농민’도 허다했다. 20년간 시장가인 전력도매가격(SMP)보다 비싼 고정가격을 주는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의 추가 혜택을 노린 것이다. 지난 7월 일몰된 한국형 FIT의 재원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이다. 이 기금은 전기요금에서 3.7%를 따로 떼 적립된다.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사기꾼들의 배만 불린 것이다. 말문이 막힌다.

국가 에너지 대계를 고려하지 않은 이전 정부의 무리수 탓에 뒷감당은 국민이 하고 있다. 당장 전기요금 사정이 그렇다. 재발 방지와 불법 이익 환수, 엄격한 처벌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무엇보다 정부의 실책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또 담배…근무 중 자리 비움 몇 분까지 이해 가능한가요 [데이터클립]
  • 일본은행, 엔저에도 금리 동결…엔ㆍ달러 156엔 돌파
  • 2024 호텔 망고빙수 가격 총 정리 [그래픽 스토리]
  • 민희진 "하이브, 사람 이렇게 담그는구나…날 살린 건 뉴진스"
  • 연이은 악수에 '와르르' 무너진 황선홍호…정몽규 4선 연임 '빨간불'
  • [컬처콕] "뉴진스 아류" 저격 받은 아일릿, 낯 뜨거운 실력에도 차트 뚫은 이유
  • 하이브, '집안 싸움'에 주가 5% 급락…시총 4000억원 추가 증발
  • "KB금융, 홍콩 ELS 보상 비용 8630억…비용 제외 시 호실적"
  • 오늘의 상승종목

  • 04.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0,679,000
    • -1.42%
    • 이더리움
    • 4,589,000
    • +1.73%
    • 비트코인 캐시
    • 683,000
    • -2.29%
    • 리플
    • 747
    • -0.93%
    • 솔라나
    • 201,000
    • -2.28%
    • 에이다
    • 665
    • -0.89%
    • 이오스
    • 1,174
    • -0.17%
    • 트론
    • 173
    • +0.58%
    • 스텔라루멘
    • 163
    • -0.61%
    • 비트코인에스브이
    • 96,150
    • +1.75%
    • 체인링크
    • 20,190
    • -4.22%
    • 샌드박스
    • 649
    • -1.6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