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보안기술 독립 선언…국내 최초 항공 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 개소[르포]

입력 2023-09-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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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항공 보안장비 전문 시험평가시설 20일 준공식 열어
국가 안보 직결 보안검색기술 자립화·원스톱 시험인증 종합지원 체계 마련
미국·유럽 등 해외기관에 의존했으나 이제 국내서도 인증 가능해져
KTL, 항만·철도 보안까지 시험인증 범위 확대…종합보안장비 인증센터로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 전경 (사진제공=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 전경 (사진제공=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항공 보안장비란 항공 분야 테러 방지를 위해 폭발물·무기 등을 탐지하는 엑스선검색장비, 폭발물탐지장비, 휴대용금속탐지장비 등을 말한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그 성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기관의 성능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간 국내 기업은 성능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국내 인증제도의 부재로 해외인증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정부가 2018년 인증 제도의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제도를 수행할 수 있는 시험기관으로서 인프라를 조성, 준공에 이르렀다. 보안검색기술 자립화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가을을 알리는 비가 여름의 흔적을 지우던 15일 충남 서천군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를 찾았다. 20일 준공식을 열고 대한민국의 항공 보안기술 독립을 선언하게 될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이하 센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승용차로 1시간 10분가량 걸려 도착한 센터는 드넓은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 2단계 산업 용지에 나 홀로 우뚝 서 있었다. 서천군이 꿈꾸는 '국가보안검색 산업 클러스터' 조성의 시작을 알리는 선봉장의 모습이었다.

아직은 진입로의 아스팔트 조성도 끝나지 않았고, 주위엔 다른 건물도 전혀 없었지만, 보기 좋게 나눠진 산단 구획과 입지 계획도를 보며 조만간 국가보안검색 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임에 한 치의 의심도 들지 않았다.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 입구에 전시된 항공테러 위험 물품들 (사진=노승길 기자)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 입구에 전시된 항공테러 위험 물품들 (사진=노승길 기자)

◇ 커지는 보안검색장비 산업 시장…이제 한국도 시험 인프라 보유국

잠시 후 KTL 관계자를 만나 센터 내부로 이동, 2층 회의실에서 센터 준공의 의미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최근 공항, 철도, 항만과 같이 공공시설 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보안검색장비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9.11 테러' 이후 국가 보안을 강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세계 항공 보안장비 시장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후발 주자인 중국이 선진 기술을 확보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실제로 2029년 세계 공공분야 보안검색장비 산업의 시장 규모는 약 2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며 주요 선진국은 해당 산업 육성을 위해 기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국내 기업은 미국 교통안전국(TSA), 유럽민간항공위원회(ECAC) 등 해외인증 기관에 100% 의존해야 했다. 특히 성능기준 자료를 비공개하는 등 항공보안장비 인증의 특수성으로 해외인증 획득이 까다로워 항공 보안장비 대부분이 해외 수입에 의존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항공 보안장비 신뢰성 및 성능 향상과 외산 의존도 탈피를 위해 2018년 10월 항공보안법을 개정, 항공 보안장비 인증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KTL을 시험기관으로, 항공안전기술원을 인증기관으로 지정해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착수했다.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 조감도 (사진제공=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 조감도 (사진제공=한국산업기술시험원)

◇ "보안기술 자립화 시작…국내 최초의 보안·안전·치안 전문 시험연구 센터"

정부는 제도를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 즉, 시험인증센터를 마련하기 위해 5년간 총 96억 원을 투입했다. KTL은 항공 보안장비 성능 인증제 추진을 위한 시험인증기술 개발 사업의 추진기관으로 국내 전무했던 성능 인증제의 안정적인 정착에 필요한 항공 보안장비 시험 인프라를 준공했다.

센터는 국비 96억 원, 충남 70억 원, 서천군 70억 원 등 총사업비 236억 원을 들여 1만3297㎡ 부지에 연면적 3761㎡,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항공 보안장비 성능인증 및 성능검사를 시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항공 보안장비 전문 시험평가시설이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성능인증평가는 우리 기업이 의뢰한 장비가 성능인증 기준에 충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시험 서비스이다.

박정원 KTL 부원장은 "국내 최초의 보안, 안전, 치안 전문 시험연구 센터를 통해 우리나라의 보안기술의 자립화와 국민 안전 확보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유상우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항공국방신뢰성센터장이 15일 충남 서천에 있는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에서 엑스선 검색장비 시험 인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승길 기자)
▲유상우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항공국방신뢰성센터장이 15일 충남 서천에 있는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에서 엑스선 검색장비 시험 인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승길 기자)

◇ 신속·정확한 성능 검증을 위한 최고의 시험 환경 조성

연구동 1층으로 이동하자 KTL 연구원들이 항공 보안장비 시험을 진행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센터의 성능인증 시험대상 장비는 △엑스선검색장비 △폭발물탐지장비 △폭발물흔적탐지장비 △액체폭발물탐지장비 △문형금속탐지장비 △휴대용금속탐지장비 △신발검색장비 △원형검색장비항공보안장비 등 8종이다. 이들 장비는 KTL을 통해 받은 성능인증평가 결과로 인증기관인 항공안전기술원으로부터 인증을 받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엑스선 검색장비는 휴대 및 위탁 수하물, 항공화물 등에 포함된 위해 물질 및 폭발물 탐지에 활용된다. 엑스선 발생 장치를 이용해 검색 대상물을 엑스선으로 조사(照射)하고, 그 내용을 모니터에 영상으로 표시한다.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에 구비된 각종 보안검색 시료들. 폭발물과 광물, 마약 등 위험 물품이 일반 소지품과 함께 검색될 때 보안장비가 이를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는 가를 확인한다. (사진=노승길 기자)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에 구비된 각종 보안검색 시료들. 폭발물과 광물, 마약 등 위험 물품이 일반 소지품과 함께 검색될 때 보안장비가 이를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는 가를 확인한다. (사진=노승길 기자)

센터는 다양한 시료들을 전부 구비하고, 갖가지 상황을 모두 구현해 엑스선 검색 장비의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KTL의 성능평가 시험을 거쳐 성능 인증을 받은 씨엔아이의 엑스선검색 장비는 물체를 세밀하게 확인하기 위한 이미지 강조 기능 세분화 등 검색 능력 향상과 사용자의 장비 운용성 및 검색 편의성 기능에 초점을 두고 개발돼 외산 장비와 견줘도 손색이 없없다.

옆 시험실에서는 기자가 봤던 인천공항 수하물 짐 찾는 곳보다 훨씬 더 긴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를 구현해 신속·정확하게 다양한 시료를 통해 장비의 성능 시험을 진행할 수 있었다.

▲4000점이 넘는 항공보안장비 검증에 사용되는 시료들. 각종 가방류부터 흉기류, 일반 소지품까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맞춰 시료를 구비하고 있다. (사진=노승길 기자)
▲4000점이 넘는 항공보안장비 검증에 사용되는 시료들. 각종 가방류부터 흉기류, 일반 소지품까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맞춰 시료를 구비하고 있다. (사진=노승길 기자)

또, 4000점이 넘는 캐리어·골프백·악기 케이스 등 가방과 그 가방 안에 들어갈 다양한 물건들도 모두 구비해 테러범이 어떤 모양의 물건을, 어떤 캐리어에 넣고 범죄를 기획해도 보안검색장비가 찾아낼 수 있는지를 검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극저온과 극고온의 환경을 구현하는 챔버와 엄청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실험실도 갖춰 극한의 상황에서도 보안장비가 이상 없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를 확인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센터는 폭발물 외에도 금, 은, 구리 등 각종 광물과 마약류와 같은 가루 등도 마련, 테러의 목적이 아닌 밀수 범죄도 보안장비가 확인할 수 있는 가를 검증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 내 포발물 제조 및 배합실. (사진=노승길 기자)
▲항공보안장비 시험인증센터 내 포발물 제조 및 배합실. (사진=노승길 기자)

눈길을 끄는 곳은 폭발물을 제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센터는 표준물질시험실과 합성분석실을 갖추고 있으며, 성능시험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시료) 취급 저장공간도 외부에 따로 구비했다.

즉, 다양한 폭발물을 센터에서 직접 만들어 보안장비 성능검증에 활용할 수 있으며, 이 시료를 보관할 저장소를 구비해 보관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KTL은 폭발물 시료 확보를 위해 폭발물 전문가를 신규로 채용, 화약류관리보안책임자로 임명, 성능 검증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 국내 기업 경쟁력 높이고 외산 장비 의존 탈피…시험인증 범위 확대

센터가 보여줄 기대효과는 무궁무진하다. 먼저, 우리 기업에 보안검색장비에 대한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항공 보안기술 자립화를 이끈다. KTL의 센터를 통해 국내에서도 시험이 가능해지면서 제품 개발 및 인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대폭 절감된다는 것이다.

또, 그간 국내 항공 보안장비 수요기관들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성능인증을 받은 외국산 장비를 수입해 사용해 장비 성능 수준 등을 해외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유지·보수 관리에도 많은 비효율이 발생했다. 그러나 센터를 통해 국내 항공 보안 여건에 맞는 장비의 생산·보급을 촉진, 외산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안전 확보에도 일조하는 것은 물론, 항공 보안장비 유지·보수(AS) 등 관리 효율성과 신뢰도의 향상도 기대된다.

특히,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바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센터를 활용해 항공 보안장비 관련 기술 컨설팅 지원, 시험평가 기술 교육 등으로 기업의 혁신 성장을 지원하고 충남 지역이 항공 보안 산업의 메카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유상우 KTL 항공국방신뢰성센터장은 "센터는 국내 보안 산업 클러스터의 중심"이라며 "서천지역을 중심으로 보안산업을 육성하고 지역 활성화도 함께 도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공항 수하물 찾는 곳을 더 길게 구현한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 보안장비 검증을 더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사진=노승길 기자)
▲공항 수하물 찾는 곳을 더 길게 구현한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 보안장비 검증을 더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사진=노승길 기자)

KTL은 다음을 준비 중이다. 이미 지난해 7월 항만, 8월 철도 보안장비에 대해서도 시험기관으로 지정돼 보안장비 산업 전반에 대한 성능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에 보안검색장비 8종 이외에 보안대응 장비에 대한 성능시험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대테러 경찰장비 8종에 대한 신뢰성 평가 기준 수립, X-Ray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대응 기술 개발, 보안검색용 AI 학습 데이터 구축 등 보안 및 치안, 안전 분야에 대한 연구 개발과 폭넓은 기술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 기술 고도화 및 첨단장비 개발을 지원하고, 우리 기업 수출에 필요한 해외인증 획득도 지원하며, 센터를 활용한 전문 인력 양성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송준광 KTL 미래융합기술본부장은 "보안검색 기술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기술"이라며 "고유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연구를 지속해 대테러, 치안, 안전 분야까지 지속해서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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