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가상좌담회]"男처럼 아닌 나답게…이점ㆍ강점 꽉 쥐고, 방탄유리 깼다" [유리천장- 현실의 벽]

입력 2023-09-07 05:00 수정 2023-10-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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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9-06 17:39)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6일 이투데이 '유리천장-현실의 벽' 주제... 금융권 파워 여성임원 4인 스토리

대한민국 기업에서 여성들은 ‘찬밥’ 신세였다. 특히 보수적인 집단으로 꼽히는 금융권에서는 더욱 심했다. 여성이 결혼하면 퇴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시대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난 만큼 여성 금융인이 증가했고 능력을 인정받은 여성 리더들도 속속 배출됐다. 여성 행장이 나왔고 금융감독원 최초로 내부 출신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양성평등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와 맞물려 여성 금융인들의 노력이 빛을 발휘한 결과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일컫는 ‘유리천장’은 아직도 존재한다. 밑바닥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해 ‘정글’로 불리는 금융권에서 리더로 인정받은 여성 임원들은 그 어떤 업권보다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냈다. 다만, 이들에게는 남과는 다른 ‘색깔’이 있었고 ‘소신’과 ‘목표’가 뚜렷했다. 실패와 고민의 시간도 있었다. 여성으로서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문제는 시대를 초월해 마주해야 할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방탄 유리천장’을 깨고 결국 ‘최초’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본지는 ‘유리천장-현실의 벽’ 기획을 마감하며 성공한 여성 금융인 4인의 스토리를 가상좌담회로 꾸몄다.

◇대기업의 여성 임원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고난이 있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박현주 신한은행 부행장(소비자보호그룹장·이하 박) : 결혼을 한 여직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회사와 가정에 최대한 균형을 유지하고자 수없이 노력했다.육아로 너무 힘들어 일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 주저하지 않고 주위에 양해와 도움을 구했다. (후배들도) 혼자 힘으로만 해내고자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송현주 우리은행 부행장(자산관리 그룹장·이하 송) : 여성 후배들의 가장 큰 고민은 출산과 육아라고 생각한다. 가정과 직장을 동시에 돌보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닌 만큼, 조직에서도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조승희 삼정KPMG 감사부문 파트너(이하 조) : 가사 업무와 육아 관련 문제가 생기기도 전에 내가 장기적으로 경력을 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미리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배우자 및 가족과 충분히 소통하고 그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최달 삼일회계법인 감사부문 파트너(이하 최) : 긍정적인 변화는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에 대한 고민이 예전에는 개인의 어려움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의 공통적인 고민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가 쌓이면서 서서히 나은 환경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권은 유독 남성 문화가 강한 보수적인 곳으로 꼽힌다. 입사 당시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박 : 은행은 영업 실적에 대한 압박이 크고 조직문화가 보수적이어서 상대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미지가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은행 안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업무가 다양해지고 있고, 직원들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자신 있게 도전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송 : 입사 당시 여행원 제도가 있었으나 지금은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전 일이다. 은행에서도 계속 불공평한 제도를 없애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 :입사할 때만 해도 여성의 진출 초창기여서 5년 차 이상, 중간관리자 이상의 여성이 거의 없고 결혼이나 출산 이후 퇴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고객도 과거 여성과 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지만 지금은 여성으로서의 장점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여성 후배들이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최 : 지금은 대학의 경영학과 여학생의 비율이 50% 정도 된다고 들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경영학과 여학생 비율이 2~3% 정도였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여성의 수도 소수였다. 현재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는 여성의 비율이 30%이며 거의 동일한 비율로 회계법인에 입사하고 있다.

◇유리천장이 두꺼운 금융권에서 이를 뚫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직접 체득한 비결이 있다면.

 

박 : 1983년 은행에 입사해 자산관리, 외환, 마케팅, 영업, 소비자보호까지 다양한 업무를 거치며 사람을 인생의 중심에 뒀다. 어떤 성과도 혼자 이뤄낼 수 없다는 생각과 조직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선후배, 동료들과의 관계를 늘 소중히 해온 것이 도움이 됐다.

 

송 : 여성으로서 가진 강점인 섬세함과 따뜻한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애썼다. 따뜻한 리더십을 통해 영업적인 부분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고 직원들도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조 : 잘할 수 있는 특화된 업무 분야를 발굴하려고 노력했다. (여성만의) 장점이 될 수 있는 고객에 대한 배려와 꾸준한 관리, 업무에 대한 세심함, 전문성 등을 강화해 여성이라 더욱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최 : 업무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실무적인 일, 관리자로서의 일을 막론하고 그것을 정성과 노력을 다해 해내겠다는 태도와 함께 일하는 동료, 선후배에게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생각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권의 유리천장에 균열이 가고 있지만,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가 많다. 어떤 노력이 병행돼야 하는가.

 

박 : 단순히 여성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한금융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쉬어로즈를 통해 다른 업계 여성 리더 선배들과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롤모델을 설정하고 실질적인 가르침까지 받으며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

 

송 : 본인의 분야에 최고가 되고자 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조 : 여성 승진 등에 대한 제도적인 차별은 전혀 없지만, 아직도 상급자의 성향이나 편견에 의해서 업무 배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위 임원들이 그런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특정 성별이 너무 소수일 때에는 성별 배정을 의무화하는 식의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

 

최 : 여성 임원을 양성하고 싶어도 그 풀인 중간관리자가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다. 중간관리자는 업무만이 아닌 스태프 및 임원, 또한 고객과의 소통이 많아지고 리더십 등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 만큼 역량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다만, 중간관리자 시기에 여성은 육아 등을 같이 하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의 도움도 필요하다.

◇능력을 인정받아 유리천장을 깬 ‘파워 여성 금융인’이다. 평소 후배들에게 강조하거나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박 : 항상 후배들에게 “5%만 더 하자”라고 말한다. 일하는 것도 고객에게 하는 서비스와 배려도 조금만 더 신경 쓰고 더 노력한다면 5%의 기적은 일어날 수 있다.

 

송 : 직원들에게 겸손과 열정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 업무는 혼자가 아닌 다른 팀, 다른 부서와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업무에 대한 겸손함과 사고의 유연성을 더해 상대방을 대한다면 앞으로 성장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업무에 임한다면 직장 생활도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조 : 현재 상황에서 중요하고 시급한 일을 먼저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지금 나의 직급에 요구되는 업무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나에게 필요한 기회가 왔을 때 알아차리고 그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라고 조언하고 싶다.

 

최 : 건강 관리와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특히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주변의 조언을 구하면서 조직에서 운영하는 복지제도를 최대한 활용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것은 꼭 지켰다고 생각한 업무상 철칙이 있다면.

 

박 : 함께 일하는 직원을 신뢰하고 각각이 가진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한다. 개인적인 성향과 장점을 파악해 직원들이 가장 잘 맞는 옷을 입고 즐겁게 일할 기회를 주고자 노력한다. 이렇다 보니 조직의 업무를 무조건 ‘N분의 1’로 일을 분담하지 않는다. 개인마다 잘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송 : 지점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제 명함 뒷면에는 ‘진심(盡心)’이라는 단어를 새기고 있다.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모든 마음을 다하자’라는 말을 품으며, 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정성껏 모든 마음을 전달하고자 한다.

 

조 :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전투적으로 추진하라. 내가 얻을 수 있는 효익과 부담해야 할 리스크를 비교해 결정하고, 부담하지 못할 리스크는 아무리 효익이 크더라도 수용하지 않는다

 

최 : 업무를 할 때 적극적으로 선배, 동료 또는 후배에게 물어보고 조언을 구한다. 여러 사람의 지혜가 모였을 때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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