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신약 개발과 관련해 제대로 된 성과를 낸 곳이 없습니다. 이제는 성공 사례를 빨리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추연성 스탠다임 대표는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의지를 강조했다. LG화학 부사장 출신인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국내 최초로 획득한 국산 신약 ‘팩티브’ 임상을 주도했고, 성장호르몬 ‘유트로핀’의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이끄는 등 K바이오의 초석을 다진 바 있다.
추 대표는 “신약개발을 해왔던 만큼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은 절대 생경한 분야는 아니다. 기술이 발달한 만큼 AI 신약개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많은 제약·바이오기업이 임상 시험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낮추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미비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AI 기반 신약 개발사는 50여 곳으로 이들 기업이 발굴한 후보물질에 관한 연구가 국내에서만 100건 이상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전임상이나 임상 1상에 그치고 상위 단계로 간 사례가 없다.
스탠다임은 제약회사 등과 협업해 후보물질 도출에만 집중하던 전략에서 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을 약물 재창출 과정을 거쳐 직접 임상을 수행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더욱 빠른 결과물 도출을 위해서다. 우선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약한 이들에게 발병하는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DR-004’의 약물 재창출을 통해 성과를 내고자 한다.
추 대표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라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1상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이 목표”라고 말했다.
스탠다임은 플랫폼을 2가지로 축소하고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AI 기술로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타깃 후보를 발굴하고, 약물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 새로운 적응증을 찾아 약물 재창출이 가능한 ‘스탠다임 애스크(Standigm ASK)’와 신규 물질 도출 목적의 ‘스탠다임 베스트(Standigm BEST)’가 핵심 플랫폼이다. SK케미칼과 한미약품, 삼진제약, HK이노엔 등 제약사와의 공동연구로 5종류의 적응증을 대상으로 12개 후보물질을 연구 중이다.
추 대표는 바이오USA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스탠다임 애스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암 질환과 자가면역질환 쪽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라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그들이 타깃이 있다면 새로운 물질을 디자인하고 최적화해서 물질을 발굴하는 것까지 지원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초기 단계보다는 후기 단계에 집중해서 빨리 성과를 내기를 바라는 회사가 많아 예년보다 미팅이 다소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데이터 확보를 위한 병원 관계자와의 미팅도 이어졌다. 추 대표는 ”파트너사가 필요로 하는 질병을 더 정확하게 타깃하기 위해선 개인 데이터(Private date)가 있어야 한다. 병원과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스탠다임은 2021년 기술성평가에서 탈락, 기업공개(IPO)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액은 7120만 달러(약 909억 원)이다.
추 대표는 ”2025년 상반기에 IPO 하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 말까지 결과를 내 내년 상반기부터 기술성 평가, 상장 예비심사 등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