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인물] “MM(시세조작) 안하면 또라이 별종”...코인 상장·폐지 뒷이야기

입력 2023-04-21 05:00 수정 2023-04-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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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3인 인터뷰
코인 시세조종 만연…“안 한다니 별종 또라이 취급”
“대표 스스로 ‘X스캠’이라던 코인, MM하며 상장”
상장 공통 가이드라인?…“거래소 마다 제각각”

▲13일 익명 인터뷰에 나선 블록체인 재단 대표 A 씨는 이투데이와 만나 업계의 시세조종이 만연하다며 열변을 토했다.  (안유리 기자 inglass@)
▲13일 익명 인터뷰에 나선 블록체인 재단 대표 A 씨는 이투데이와 만나 업계의 시세조종이 만연하다며 열변을 토했다. (안유리 기자 inglass@)

업계에서 저희 회사를 또라이라고 하더라. MM(마켓메이킹·시세조종) 안 한다고 하니 또라이가 되어버렸다. 거래소에서는 별종이라고 이야기하더라. 우리가 왜 별종인가. 엑시트, 코인 팔이에 집중 안 하면 별종 또라이인가?
- 블록체인 프로젝트 재단 대표 A

최근 가상자산 업계는 코인 상장과 폐지를 둘러싼 각종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며 격랑에 빠졌다. 상장 리베이트 혐의로 거래소 임직원과 브로커들이 구속됐고, 상장피 리베이트와 시세 조종을 두고 벌어진 갈등 끝에 청부살인사건까지 벌어졌다. 위믹스·페이코인 등 코인 상폐 과정에서 잡음도 여전하다.

코인 시장의 고질적 병폐가 드러난 지금, 이투데이는 13일 코인 상장과 폐지를 둘러싼 업계 뒷이야기를 해줄 업계 종사자 3명을 만났다.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와 해외거래소에 코인을 상장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재단 대표 A 씨와 B 씨, 프로젝트 재단을 거쳐 현재 코인마켓 거래소에서 상장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C 씨이다.

A 씨는 5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수차례 MM 제의를 받았다.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만나자더니 MM 제안을 하기도 했다. MM이란 순간적으로 거래량과 가격을 끌어올리는 시세조작 행위를 말한다. LP(유동성 공급자·Liquidity Provider)라고도 한다. 다단계 업자들이 주축이 돼 상장 전후에 불법으로 투자금을 모집한 뒤, 코인 가격을 끌어올린다. 주식 시장에도 유동성 공급을 위해 MM·LP 제도가 있지만, 증권법 아래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진다.

지금은 구속된 임직원이 코인원에서 일하던 시절, A 씨는 코인원 상장도 추진했었다. 거래소가 요구하는 서류를 수차례 제출했지만, 상장하지 못했다. A 씨는 시장성과 유동성 확보 등을 이유로 온갖 트집이 잡혔지만, A 씨 재단보다 프로젝트 사업성은 없고 문제가 많은 코인은 상장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 재단 대표가 저희 ‘X스캠’인데 상장해 주던데라고 말하면서 대표님 그렇게 일하면 상장 못 해요. MM 하셔야 되고요. MM팀한테 물량 얼마 줘야 하고 라면서 비아냥대더라”라고 말했다. A 씨 주장에 따르면 문제의 스캠 코인은 4월 현재도 거래되고 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재단 대표 B 씨는 13일 이투데이와 만나 “거래소의 모든 유의 종목 지정 사유가 투자자 보호로 귀결되는데, 말뿐일 뿐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안유리 기자 inglass@)
▲블록체인 프로젝트 재단 대표 B 씨는 13일 이투데이와 만나 “거래소의 모든 유의 종목 지정 사유가 투자자 보호로 귀결되는데, 말뿐일 뿐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안유리 기자 inglass@)

B 씨 역시 수차례 MM 제안을 받았다. 시장에는 함께 MM에 참여하면 거래소를 연결해주겠다는 브로커와 상장 컨설팅 업체들이 많다. B 씨는 주변의 수많은 프로젝트가 그렇게 엑시트 한 걸 목도했다. B 씨는 “시장에 브로커가 너무 많아서 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그분들 코인이 잘되면 힘이 빠진다. 모두가 하라고 한 걸 안해서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상장하기만 하면 가격이 오르던 ‘상장빔’ 시절이 끝나며 지금은 시장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1년 전부터 거래소 차원에서도 리베이트 등을 막고자 내부 통제 시스템을 작동하기 시작했다. 상장 담당자와 프로젝트의 직접 소통 창구도 줄었다. B 씨는 “리베이트가 문제 되면서 (거래소 측에서) 문자 좀 자제해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甲…투자자 보호는 말뿐, 상폐 기준 이해 어려워
- 블록체인 프로젝트 재단 대표 B

상장 결정을 쥔 거래소와 프로젝트와의 권력관계는 여전히 공고하고, 코인 상장·폐지 기준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국내 5개 원화마켓 거래소가 모인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DAXA)는 지난해 공통 상장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난달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하지만 A 씨와 B 씨는 여전히 거래소마다 기준이 천차만별이라고 토로했다. 같은 유통량 계획이더라도 어떤 곳은 월별로, 어떤 곳은 분기별로, 어떤 곳은 일별 자료를 요구한다.

B 씨가 운영하는 프로젝트의 코인은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 중 한 곳에서 상장 폐지 됐다. 재단이 제출한 소명 자료가 부족해 해당 거래소의 거래지원 유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른 원화마켓 거래소에서는 여전히 거래되고 있다.

그는 “소명한 내용이 모두 백서에 담겨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자가 “문제가 있는 프로젝트에서도 그렇게 이야기 할 텐데”라고 묻자, “기준이 거래소마다 다 다르고, 닥사에서 뭐라 한 것도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어 “모든 유의 종목 지정 사유가 투자자 보호로 귀결되는데, 말뿐일 뿐 근거가 없다”면서 “너무 갑작스럽게 하루도 안 돼서 결정한다면 그게 (투자자) 보호는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또 B 씨는 “거래소가 진짜 갑”이라면서 “‘안녕하세요. 거래소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을 때부터 소름이 끼치고 심장이 철렁한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거래소도 자기들이 슈퍼 갑이라는 걸 안다. 연락이 갑자기 와서 ‘왜 그러세요’라고 하면, ‘별일 아니니까 너무 놀라지 마세요’라고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재단을 거쳐 현재 코인마켓 거래소에서 상장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C 씨는 13일 이투데이와 만나 “리베이트 사건은 일부 문제”라면서도 “(스캠이 아닌) 좋은 프로젝트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유리 기자 inglass@)
▲블록체인 재단을 거쳐 현재 코인마켓 거래소에서 상장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C 씨는 13일 이투데이와 만나 “리베이트 사건은 일부 문제”라면서도 “(스캠이 아닌) 좋은 프로젝트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유리 기자 inglass@)

프로젝트라고 부르기 어려운, 억지로 토큰을 찍어낸 곳들은 어떻게 봐도 티가 난다
- 코인마켓 거래소 상장 지원 업무 담당자 C

거래소 중에서 갑만 있는 건 아니다. 업비트·빗썸 등 큰 원화마켓 거래소에는 프로젝트들이 서로 상장해달라고 줄을 서지만, 코인마켓 거래소는 직접 프로젝트를 찾아 나서야 한다. C 씨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택시를 쏴서 접대한다거나, 접대받은 음식을 한입만 먹고 버려서 모 거래소 저녁 자리가 마치 로마대제국 같았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지만, 우리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C 씨는 “이번에 드러난 상장 리베이트 사건은 어두운 곳에서 행해졌던 거래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면서도 “좋은 프로젝트가 진짜 별로 없다”고 고민했다. 코인 업계에 몸담은 지 N년 차, 그는 이제 대표 얼굴만 봐도 스캠인지 아닌지 보인다.

거래소의 상장 업무 담당자들은 리서치팀과 영업팀처럼 일한다. 사무실에 앉아있기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러 다닌다. 특히 중소거래소일수록 업계 이야기를 잘 알고, 토크노믹스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일당백을 선호한다. C 씨는 “꾸준히 토큰의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곳, 결국 좋은 프로젝트를 상장하는 게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 같은 거만 상장하면 결국 (거래소도) 빠르게 망하는 건 자명하다”고 말했다.

코인의 상장 심사 과정은 보통 3주~1달이 걸린다. 대개 심사가 늦어지는 건 백서가 요구대로 업데이트가 안 되거나, 자금세탁방지 부서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맞추기 어렵거나, 필수 서류 제출 증빙이 늦어지는 경우이다. C 씨가 일하는 거래소는 심사의 모든 과정을 기록에 남기고, 모든 기안 서류에 담당자 날인을 기재한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장 심의 위원회도 연다. C 씨는 “업계에서 상장 심의 위원회를 여는 게 어느 정도 필수가 됐다. 금융위가 단속하는 증빙도 깐깐하게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소마다 관점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르지만, 지금은 금융위 가이드가 좌지우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최근에 금융위 의견이 이러했다고 하면 거래소 내에서도 정책을 많이 바꾼다. 특히 중소 거래소는 금융위에서 한마디 하면, 작은 공지시스템까지 다 바꿀 정도로 신경 쓴다”라고 말했다.

“코인 상장·폐지 과정 달라져야…투명성 필요”

A·B·C 씨 모두 코인 상장·폐지 과정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A 씨는 국내 거래소가 토크노믹스보다 프로젝트의 사업성 자체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A 씨는 “해외 거래소는 유통량보다 BM을 더 본다. 대표이사들이나 임원들 핵심 인력 정보, 연혁, 프로젝트 기반 등 사업적인 걸 더 검토한다”고 말했다.

C 씨는 “통일된 상장 심사 기준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업계 전반에 잘할 수 있는 업체들이 프로젝트를 평가하되 평가 과정을 오픈하거나, 프로젝트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권한을 줘서 그 사람들끼리만이라도 (관련 서류를) 열람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또 자사에서 사용하는 기록과 날인 기재 방식이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B 씨는 “토큰은 화폐나 증권이 아니라 플랫폼이 사용하는 연료인데, 화폐나 증권처럼 사게끔 거래소 문을 열고 그 안에서 거래가 이뤄지니 권력 남용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서 “코인 상장이 특별한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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