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이복현 원장 칼날에 풀리는 은행권 '선물보따리'

입력 2023-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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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 때문일까. 아니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일까.

최근 이 원장의 은행권 방문에 맞춰 은행들이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선물보따리를 풀고 있다. 선물보따리를 풀자 혜택을 받는 금융소비자들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제서야 이런 혜택을 내놓는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진작에 지금과 같은 선물보따리를 내놨으면 정부도 금융당국도 이렇게까지 금융권을 압박했을까?

금융CEO 10명 중 9명 “압박감 느낀다”

물론 은행권도 할 말은 많다. 그동안 은행권도 상생금융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들은 지난해 상생프로그램을 잇달아 쏟아냈다. 시중은행 등은 저신용·성실이자납부자를 대상으로 일정 금리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 이자분을 이용해 대출원금을 자동 상환해 줬다. 일부 은행은 서민금융지원 대출 상품 금리를 낮추고 우대금리도 추가 지원했다. 올해 초에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타행 이체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은 계속 이어졌고,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본지는 지난달 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금융권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사 CEO의 58.3%가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대출금리 인하 요구 등 발언과 정책으로부터 ‘압박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보통의 압박감을 느낀다’고 답한 CEO도 33.3%였다. 사실상 10명 중 9명의 CEO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으로부터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번 은행권의 선물보따리는 이런 압박에서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결과물일 수 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내놓은 일종의 여론 반전을 위한 선물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선물을 내놓아도 여전히 금융당국의 압박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윤 대통령의 지시 이후 각종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금융권의 향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당국, 은행권, 학계, 법조계, 소비자 전문가들이 참여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TF’는 2월부터 운영되고 있지만, 한 달여가 넘도록 여전히 검토 단계에 그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6월 말 결과를 내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뚜렷한 결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은행권 제도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고 금융시장의 상황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개입보다 적절한 당근과 채찍

최근엔 실리콘밸리은행(SVB), 대형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으로 대내외 금융시장까지 불안하면서 TF에선 출범 초기 쟁점인 ‘경쟁’보다 ‘안정성’에 초점을 두고 회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TF의 취지가 변질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선 정부가 지금처럼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하기보다는 견제하는 정도에 그치면서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 상황만 보더라도 이 원장의 방문에 은행권이 충분히 선물보따리를 풀고 있지 않은가. 무리한 정책으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기보다는 적절한 채찍과 당근을 휘두를 때야말로 우리 경제도 국민도 안심할 수 있는 금융시장이 완성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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