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대만 유사시 미군은 일본을 도와줄 것인가?

입력 2023-03-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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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대우교수, 정치학 전공)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미국의 뜻을 따라 대만 유사시에 대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일본에서 대만 유사시는 바로 센카쿠열도 유사시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센카쿠 열도는 대만에서 170㎞ 정도 동북쪽으로 떨어져 있는 섬이고 일본이 실효 지배를 하고 있으나 중국과 대만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어 중국 어선이나 공선이 항상 일본 지배에 항의 활동을 하는 분쟁지역이다.

그리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센카쿠열도도 침공할 것이라는 게 일본과 대만당국의 일치된 견해다. 2013년 중국 최고 지도부는 센카쿠열도를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확보해야 할 중국의 핵심적 이익’으로 규정했다. 일본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중국군이 수비가 견고한 대만을 먼저 침공하지 않고 센카쿠열도를 우회하면서 대만을 측면에서 침공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즉, 대만 유사시는 바로 일본 유사시인 셈이다. 이런 구조는 미국의 대만 정책에 잘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가 방미해 미·일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스가 전 총리는 대만 유사시 일본의 관여를 사실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약속하고 말았다. 이때 일본 내에서는 스가 전 총리에 대한 비판이 많이 일어났다. 평화헌법의 제한이 있으므로 자위대는 대만 유사시에 대만이나 중국 본토에 상륙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스가 전 총리가 마치 대만 유사시에 일본자위대가 대만에 개입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말을 정상회담에서 해 버렸기 때문에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일본 정부가 대만 유사시 자위대를 개입시킨다는 입장은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이 방일하여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때 기자회견에서 “대만 유사시에 미국이 개입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다. 미국은 약속을 지킨다”라고 대답해 묵시적인 합의였던 미국의 대만 개입을 공식화했다. 기시다 총리도 이에 호응해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관계를 개편하여 새로운 국면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지난해 12월 일본이 발표한 ‘안보 3문서’ 개편이었다. 이 개편으로 일본은 반격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는데 반격능력이란 바로 적 기지 공격능력이다. 이것은 기시다 총리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유지를 계승한 조치였고 일본의 군사대국화 첫걸음이 된 결정이었다.

미국에서는 대만 유사시에 중국과 전쟁하기 위해 미군을 본격적으로 투입하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이 크므로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선언은 대단히 기쁜 소식이었다. 그러므로 올해 1월 미국을 방문한 기시다 총리를 바이든 대통령이 크게 환영했다.

미국에서는 본격적인 전쟁에 대해서는 의회가 승인을 해야 할 수 있다. 주일미군은 의회 승인 전에는 60일간만 전투할 수 있는 부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일본인들의 우려가 있다. 즉 일본 정부나 일본인들은 미국 의회에서 개전 승인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센카쿠열도나 대만을 지키기 위해 일본 자위대만 전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일본 측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 1월 오키나와의 주일미군사령관이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을 염두에 두고 몇 년간 우크라이나에 준비한 모든 것을 일본과 주변 지역에 할 것”이라고 발언하여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 사령관의 말대로 현재 일본 규슈 이남의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하는 섬들에 미군의 미사일부대가 계속 들어가고 있다.

오키나와 주민 사이에서는 “태평양전쟁 때처럼 다시 오키나와를 희생양으로 삼을 것인가”라고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만에 가까운 이시가키섬에서는 “미군이 있어야 섬이 지켜진다”며 미군이 들어오는 데 반대하지 않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일본 남쪽 섬들 주민 사이에서 미국의 대만 유사시 준비에 대한 찬반양론이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규슈 이남의 일들에 대해 본토 일본인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대만 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대만 사람들의 미국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결국 미국이나 서방 국가들이 무기만 주고 우크라이나인을 앞에 세워서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듯이 대만에 대해서도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자신들을 희생시킬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는 것이다. 이것을 대만에서는 ‘의미론(疑美論·미국 회의론)’이라고 한다.

사실 일본에서도 보도되고 있는 대만 유사시 시나리오를 봐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주일미군은 일단 괌까지 후퇴한다고 되어 있다. 자위대를 앞세우고 주일미군이 훈련시킨 미사일 부대도 자위대에 맡기는 대신 주일미군은 위험지역에서 빠져나간다는 게 이미 계획되고 있다. 중국 미사일이 도달하지 않는 지점까지 주일미군은 후퇴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일본이나 미국은 누구를 기대하는 것인가. 바로 한국군과 필리핀군으로 보인다. 한국이 북한과 대만문제 양쪽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기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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