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반도체법 가드레일 이후에도 대비해야

입력 2023-03-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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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21일(현지시간)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세부 규정을 공개했다.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우려대상국(중국)에 있는 반도체 공장의 생산 능력을 향후 10년간 최대 5%까지, 첨단 공정이 아닌 레거시(구형) 반도체 생산 능력을 10%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시름 덜게 됐다. 반도체법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점도 긍정적이다.

미 정부는 앞서 보조금 혜택을 누리는 기업이 10년간 우려대상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중대한 거래’를 하면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국내외 관련 기업들의 걱정을 샀다. 미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외면할 수도 없고, 중국 시장을 전면적으로 포기할 수도 없는데도 극단적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감이 없지 않아서였다. 이번 가드레일의 규제는 업계 우려보다는 적잖게 완화된 내용이다. 미 정부는 한국 등 우방국에 대한 배려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이클 슈미트 미 상무부 국장은 “한국 등 동맹과 조율했다”고도 했다.

방심은 금물이다. 극단적 선택을 압박하는 난관이 계속 등장할 것이란 점이 문제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산업 경쟁 틈바구니에서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하는 한국 정부와 반도체 업계의 고난도 도전은 이제야 본궤도에 들어선 것인지도 모른다. 당장 반도체법상 지원금 신청 규정엔 초과 수익에 대한 미 정부와의 공유, 군사용 반도체 안정적 공급, 반도체 관련 공동연구 참여 등 부담스러운 조건들이 줄줄이 붙어있다.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도 여전하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10월 예외적으로 1년간 유예를 받았지만, 올해 다시 유예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중국 또한 한국 반도체를 대놓고 경쟁 상대로 겨냥하고 있다. 첩첩산중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어차피 전략적 결단과 도약을 해야 할 운명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절대적 우위를 자랑하던 메모리반도체 독주가 계속 가능할지 자신할 수 없다는 점이 뼈아프다. 국제 경쟁이 그토록 심각하다. 대만 등에 뒤진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위탁생산)·패키징(후공정) 분야의 미래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나오고 한국판 반도체법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작업이 이뤄지는 것은 반갑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 계제가 아니다. 더욱 과감한 투자·지원을 위한 민·관·정 협력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번 가드레일은 퇴로를 열어줄 테니 중국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국제적 난기류를 제대로 읽고 최적으로 대응해 국익을 지켜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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