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시용 vs 수습…정규직 아니니 해고 쉽다?

입력 2023-03-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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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규보 법무법인 마중 수석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 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 드립니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
(출처 = 이미지투데이)

경력자로서 경쟁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습니다. 임금 및 처우 협상이 잘 돼서 이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입사 첫날 ‘6개월의 시용 기간이 있다’는 연봉계약서 조항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들었는데, 찜찜하지만 서명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 회사를 다닌 지 석 달쯤 됐을까요.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해고를 통보합니다.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데 도움 받을 길은 없습니까?

구조조정 칼바람이 매섭습니다. 여기저기 ‘부당 해고’가 논란거리가 된 소송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바늘구멍만큼 좁은 취업 경쟁을 뚫고 어렵게 입사한 회사인데, 느닷없이 나가라고 하니 황당합니다. 신입 사원마저 감원 대상에 오르는 현실이 처량하기까지 합니다. 경력직 스카우트 제안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게 사실입니다. ‘시용’과 ‘수습’ 직원 채용에 대해 법무법인 마중의 권규보 수석 변호사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짚어 봤습니다.

Q. 사업주들이 ‘시용’ 계약을 체결하고 이 기간 동안은 직원을 쉽게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시용 기간에 있는 경력 입사자는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신분인건가요?

A. 경력직 입사자라고 하여도 ‘시용’ 계약을 체결했다면 아직 정규직으로 채용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용기간은 근로계약의 기간을 정한 것이 아니므로, 시용기간의 도과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며, 시용기간 중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 시 정식 채용을 거부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23조가 금지하는 해고에 해당하므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Q. ‘수습’ 직원 채용도 있습니다. 시용과 수습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요?

A. ‘수습’은 정식 채용 후에 업무수행 능력을 습득하게 하는 것으로 정식 채용 이전에 업무의 적격성을 판단하고자 일정한 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시용’과 구별됩니다. 다만 실제로 ‘시용’인지 ‘수습’인지는 명칭과 상관없이 정식 채용 의사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정되며, ‘시용’도 해약권이 유보되어 있을 뿐 ‘근로계약’입니다.

▲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Q. 시용 직원이 해고된 경우 구제 절차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습니다.

A. 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거나 ② 법원에 해고무효 확인의 소 또는 근로자지위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①의 경우 부당해고가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하며 지방노동위원회의 판결에 불복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을 통해 다투는 절차로 이어집니다.

Q. 사측의 해고 통지는 어떤 형식 및 절차를 갖춰야 하나요? ‘서면’ 해고만 가능한지, 아니면 ‘구두’ 해고도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A. 시용기간 중 해고도 근로기준법 제23조 해고에 해당하며, 근로기준법 제27조 서면통지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서면통지는 근로자가 거부 사유를 파악해서 대처할 수 있도록 해고시기 및 구체적·실질적인 해고 사유가 명시되어야 합니다. 시용기간 만료 후 정식 채용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구체적·실질적인 거부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며 구두로 통지해서는 안 됩니다(대법원 2015. 11. 27. 2015두48136 판결).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Q. 사측이 주장하는 ‘업무 능력 부족’이란 해고 사유를 반박하기 위한 입증 방법들을 알려주십시오.

A. 시용기간 중 해고에 있어 ‘정당한 사유’는 해당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통상적인 해고보다 넓게 인정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하는데, ‘업무 능력 부족’과 관련하여 대법원 2006. 2. 24. 2002다62432 판결은 ‘상대평가인 점, 근무성적평정요령에 어긋나게 평정표가 작성된 점, 평정대상자마다 평정자가 상이한 점, 근무성적평정표 및 평정의견서만으로 원고들의 업무수행능력이 어느 정도, 어떻게 부족하였는지, 그로 인하여 업무수행에 어떠한 차질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위 판결의 기준을 참조했을 때, 평정표를 확보하여 기준의 적절성, 구체성, 신빙성 등이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하면 반박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동료 시용근로자들의 평정표를 여러 개 확보하여 비교·제시하는 방법, 평정표는 형식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진술 또는 대화를 녹취하거나 사실확인서를 받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그 밖에 출퇴근 기록,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였음을 보여주는 업무수행내역,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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