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밑 지하실’ 기업 실적…짙어진 경기 침체 공포

입력 2023-02-05 07:21 수정 2023-02-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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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했다. 석 달 전보다 0.3%포인트 낮췄다. 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7%에서 2.9%로 높여 잡았다.

국내 기업들이 4분기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증권가도 올해 실적 눈높이를 잇따라 낮춰 잡는 가운데, 실적 개선을 이끌 성장 모멘텀이 없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기업 실적이 악화하면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나빠지면서 실적 부진과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10곳 중 7곳은 4분기 어닝 쇼크=5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1일까지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가운데 실적 추정치가 있는 59곳 중 40곳은 추정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추정치와 실제 실적 차이가 가장 큰 곳은 S-Oil이었다. S-Oil은 4분기 157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영업이익(433억 원)을 463.59% 밑돈다. 하반기 들어 유가와 환율이 하향 안정화하면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다.

현대제철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1017억 원)를 371.41% 하회하는 275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글로벌 철강 시황이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겨울’을 맞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부진한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061억 원으로, 시장 예상(6조8737억 원)보다 낮았다. SK하이닉스는 1조2105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1조71012억 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포스코케미칼(635억 원→33억 원)△LG전자(4207억 원→693억 원) △LG화학(5930억 원→1913억 원) △LG이노텍(4112억 원→1700억 원) △현대건설(1625억 원→814억 원) △LG에너지솔루션(4534억 원→2374억 원) 등이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올해 기업 이익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추정기관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을 낸 상장사 266곳의 영업이익은 총 181조1311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추정치 201조1134억 원 대비 3.6% 감소한 수준이다. 순이익도 152조4159억 원에서 137조41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경기 침체 현실로…주가는 단기 과열 양상 =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신용 위험으로 이어진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 재무 부담이 커지고, 실적 악화와 경기 침체의 굴레에 갇힐 수 있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주요 25개 업종 중 11개는 올해 산업 전망이 악화할 것이라며 석유화학·건설·디스플레이 등 3개 업종은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도 19개 업종 중 신용 등급 전망이 ‘긍정적’인 곳은 한 곳도 없다고 평가했다.

이미 주요 기관과 연구소 등은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1.7%→1.5%)과 현대경제연구원(2.2%→1.8%)은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은 1.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연은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할 국내 성장 모멘텀이 부재함에 따라 본격적인 불황 국면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급격한 금리 인상의 부작용이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은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올해 들어서만 코스피 기준 11.45% 오르며 순항하고 있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 과열’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박소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2019년 초 미국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을 지배했지만 예상보다 회복세는 둔탁했고, 긴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위험자산 모멘텀은 빠르게 식어 갔다”며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치 하향 추세가 여전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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