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진짜' 코로나 이후를 고민할 때

입력 2023-01-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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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누적확진자 수가 3천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누적확진자 수가 3천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4년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채점이었다.

첫해엔 큰 무리가 없었다. 2019년엔 절대점수를 기준으로 A 학점이 30%, B 학점은 40%, C 학점 이하는 30% 정도였다. 상대점수로 전환할 필요가 없었다. 작년에는 A 학점이 30%, B 학점은 10%, C 학점 이하는 60% 정도였다. 대다수 학생의 성적을 상대점수로 전환해 억지로 학점 비중을 쿼터에 맞췄다. 사실 수업 내용은 달라진 게 없었다. 오히려 매년 학생들 간 역량차를 고려해 조금씩 수업 난이도를 낮췄다. 그런데도 학생들의 성적은 점점 떨어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는 한 가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다.

학업 격차 확대는 코로나19 유행이 남긴 후유증 중 하나다. 다른 사람과 접촉이 가족, 또래집단에 제한되면서 3년간 영유아·청소년의 의사소통능력 발달이 정체됐다. 성인들조차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활용한 단문 의사소통이 일상이 되면서 문해력과 감수성이 떨어졌단 지적이 나온다. 언어를 접할 때 상대방의 상황·처지를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니 말이나 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울 테다. 결국은 학업 격차도 이런 사회적 공감능력 저하의 결과물일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은 어느덧 끝물이다. 30일이면 대부분 시설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권고로 전환된다. 강제적 방역조치로 유행의 정도를 판단한다면, 지금의 상황은 코로나19 유행 극초반에 가깝다. 머지않아 코로나19 풍토병화(엔데믹)도 공식 선언될 것이다.

남은 과제는 코로나19 후유증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다. 코로나19는 사회적 공감능력 저하, 자영업자 줄도산, 플랫폼 종사자 급증 등 노동시장 변화, 취약계층의 사회적 고립과 신체·정신건강 악화, 결혼·출산 연기·포기에 따른 저출산·고령화 심화, 국제이동 위축, 금융·실물자산 거품, 가계대출 급증 등 사회 광범위한 영역에 후유증을 남겼다. 일부는 뉴 노멀(New Normal)이 됐지만, 모든 후유증이 뉴 노멀이 될 순 없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할수록 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진다. 받아들일 변화와 본래대로 되돌릴 변화를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정한 정치적 신념체계를 앞세운 정책만으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신종 감염병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감염병 유행 상황에 의료자원을 어떻게 관리할지, 위기 단계별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떻게 적용할지 등을 정하는 건 지엽적인 문제다. 방역당국인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간 관계·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언제든 복지부가 질병청의 부족한 행정력을 보완할 수 있는 상시 협력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복제약에 기댄 국내 제약시장도 혁신이 필요하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선 방역당국에 대한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하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정치방역 논란, 백신 무용론 등은 감염병 대응을 방해한다. 이를 토대로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고, 언제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든다고,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다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건 아니다. 하루빨리 후유증에서 벗어나고, 다음 감염병 위기를 후유증 없이 극복할 준비가 돼 있어야 비로소 온전한 일상회복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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