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가멜이 나타났다

입력 2023-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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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환 정치경제부장

“김기현? 가가멜(김기현 의원의 별명)? … 갑자기?”

어쩌면 난데없이 등장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정치에 꽤나 관심 있다면 김기현 의원의 이름쯤은 알 만하지만, 그가 무려 집권 여당 당대표 후보 여론조사 1위이자 이른바 ‘윤심’의 종착지일 줄 미리 알았을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정치는 타이밍이라더니, 김 의원의 급부상은 시점이 기가 막혔다. 당원 지지율 부동의 1위였던 나경원 전 의원과 대통령실이 이유 모를 갈등을 빚자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기다렸다는 듯 나섰다. 장 의원은 ‘반윤의 우두머리’라 칭하며 나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눈 밖에 났음을 만방에 고했다.

때마침 김기현 의원이 나경원 전 의원을 제치고 당 대표 지지율 1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한 자릿수 지지율로 5위권에 불과하던 그는 이달 10일엔 18.8%(2위), 이번 조사에서는 32.5%(1위)로 뛰는 상승세를 보였다.

보름여에 불과한 시간 동안 김 의원이 보여준 행보는 판세를 뒤흔들 만큼 특별했을까? 눈을 부릅뜨고 찾아봐도 눈에 띄는 언행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극우’로 불리는 유튜버 사무실에 들러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건져낸 주역”이라고 치켜세우는 등 지지세 확장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인 행보만 있을 뿐이다.

가만히 있었거나 오히려 헛발질이 의심되는 와중에 지지율이 치솟았으니 이유는 외부에서 찾아야 할 텐데, 이는 곧 윤심의 밝은 빛이 그에게 쏟아진 이유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윤 대통령과 김 의원의 인연은 딱히 각별하지 않다. 서울법대를 나온 법조계 선후배 정도는 발에 차이는 수준이고, 오히려 나 전 의원이 윤 전 대통령과 고시생 시절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했으니 내세울 것이 못 된다.

그럼 대체 김 의원은 어떤 매력을 지녔길래 윤심의 간택을 받게 됐을까. 많은 사람이 잊고 있을지 모르지만 김 의원은 알고보면(?) 국민의힘 지도부 출신이다. 그것도 무려 당대표 권한대행까지 겸직했던 원내대표였다.

2021년 4월 국민의힘은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경선을 치렀다. 총선, 지방선거, 대선에 이르기까지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당이 지리멸렬하던 당시 김 의원은 결선 투표에서 100표 중 66표를 얻어 34표를 얻은 김태흠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어 6월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되자 그는 26세 차이인 아들뻘 당대표와 함께 국민의힘 지도부를 이끌었다.

그가 윤 대통령의 눈에 든 시점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분사태가 극에 달했던 2021년 12월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당시 대표가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갈등으로 당무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중재자로 나선 인물이 김 의원이었다. 두 사람의 극적인 화해가 이뤄진 ‘울산 회동’이 바로 김 의원의 지역구였다. 그는 사태를 봉합한 뒤 “당 내분사태의 책임을 지겠다”며 원내대표직을 던지는 결단력도 보여줬다.

그럼 윤심은 곧 민심이며 천심이니 김기현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는 일만 남은 것일까. 천문은 읽을 줄 모르지만 신문은 찾아볼 수 있으니 2023년과 여러모로 닮아있는 2014년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소환해 천기를 엿보자.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초반이었는데, 그해 봄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인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이었다. ‘박심’은 ‘진박’이라 불리던 서청원 후보에게 있었고, ‘비박’으로 분류되던 김무성 후보가 도전자로 나섰다. 비록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지만 당내에서 ‘박심’의 힘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대놓고 편든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웬걸,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김무성 후보의 압승이었다. 당심 7 대 민심 3 비율로 치러진 당시 당대표 선거에서 김무성 후보는 현장투표와 여론조사 모두 서 후보를 눌렀다. 박 전 대통령이 전대 당일 직접 행사장을 찾아 마이크를 잡는 편파 판정까지 감행했지만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민심을 차단하고 당심 100%로 선거를 치르니 과거와는 다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인기가 없고, 가가멜보다 아즈라엘 나대는 꼴이 더 밉상이라는 여론도 만만찮다. 참고로 가가멜과 아즈라엘이 나타날 때마다 스머프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지만, 파파스머프를 황금으로 만들겠다는 간악한 계획은 성공한 적이 없다.

w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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