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꽌시 선물도 바뀐다…마오타이주보다 귀한 ‘팍스로비드 파동’ 비상 [이슈크래커]

입력 2022-12-3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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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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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약국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26일 중국은 ‘제로 코로나’ 포기를 선언했는데요.

다음 달 8일부터 외국발 입국자 시설 격리를 폐지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7일 전수 PCR 검사 폐지 조치에 이어 차근차근 완화해오던 방역 규제를 본격적으로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코로나19 진압에 성공한 건 아닙니다. 규제 완화는 강력한 봉쇄 조치로 시위가 이어진 데 따른 것입니다. 중국 내 확진자 수는 여전히 증가세를 보입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내부 회의문건에서 하루 감염자가 최고 3700만 명에 이른다는 기록을 발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죠.

엄습해오는 코로나 공포에, 중국인들은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Paxlovid)’ 사재기에 나섰습니다.

수요 폭증하는 ‘팍스로비드’

중국에서 유일하게 승인받은 외국산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빠르게 동이 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해외에서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수입을 제한해 왔습니다. 자국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경쟁에서 밀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치료제 수입을 막는 데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초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며 확진자가 폭증했기 때문입니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에선 일 평균 1000만 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죠. 화장장과 장례식장도 포화 상태입니다.

2월 팍스로비드를 승인해 놓고도 늑장을 부렸다는 비판 가운데, 중국 당국은 팍스로비드 공급에 나섰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승인받은 치료제는 팍스로비드와 중국 제약사 제뉴인 바이오텍의 아쯔푸(阿玆夫·Azvudine) 두 종뿐입니다.

그러나 팍스로비드 재고가 부족합니다. 복수의 중국 공공·사립 병원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힌 바에 따르면 중국 병원들은 말기 암과 신부전 환자 등 심각한 기저 질환자에게만 약을 제공할 방침입니다. 원래 팍스로비드는 경미한 코로나 19 증상 치료에 처방되는 약품입니다.

▲12월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약을 사기 위해 약국에 줄 선 시민들(로이터TV 연합뉴스)
▲12월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약을 사기 위해 약국에 줄 선 시민들(로이터TV 연합뉴스)
‘건강 불평등’ 지표된 팍스로비드…부유층 선물로 등장

중국의 팍스로비드 품귀는 중국 빈부격차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부유층은 선물로 팍스로비드를 주고 받는 반면 당장 치료제가 급한 서민층은 암시장에 내몰리고 있죠.

수요가 급등하자 팍스로비드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중국 내 고급 개인병원에서는 5일분이 들어 있는 한 상자를 8399위안(약 152만 원)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에서 한 상자가 530달러(약 67만 원)로 책정된 것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가격입니다.

중국 고위 공무원과 사업가들은 가족과 친구를 위해 팍스로비드 사재기에 나섰습니다. 베이징 오아시스 국제 병원에서는 팍스로비드를 상자 당 8300위안(약 150만 원)에 책정했음에도 300상자가 하루 만에 동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유층 사이에는 팍스로비드가 ‘꽌시(關係·관계)’ 관리용 선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팍스로비드가 중국에서 가장 비싼 술 ‘마오타이주’보다 귀한 선물로 취급받는다고 하는데요. 마오타이주는 2018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북한 김정은 부부에 한 병에 2억 원짜리를 대접해 화제가 됐던 고급 술입니다.

반면 서민들은 암시장을 전전 중입니다. 중국 당국은 서민들에게 인동초, 감초 뿌리, 개나리 같은 전통 약제를 쓰라고 홍보하고 있죠. 불안한 서민들은 성분을 알 수 없는 불법 복제약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제네릭(복제약) 한 상자에 1000위안(약 18만 원) 판매”와 같은 글이 퍼지고 있습니다. 한 상자에 2980위안(약 54만 원)인 팍스로비드의 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죠. 현재 중국에는 네 종류의 인도산 코로나 19 복제약이 불법 거래되고 있는데요. 530~1600위안(약 9만~29만 원)에 구매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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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불똥 튈까…“600만 원어치 싹쓸이”

중국의 팍스로비드 파동이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주변국에서는 이미 해열진통제와 감기약이 동나고 있습니다. 홍콩에서는 팍스로비드도 아닌 해열진통제 가격이 2~3배 급등하고 약국에서 품절된 상태입니다. 홍콩인들이 중국 본토의 친지를 위해 해열진통제를 사들였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도 중국 보따리상이 침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지난주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 소재 약국에 한 중국인이 방문해 해열제와 감기약 등 의약품 600만 원어치를 여행용 캐리어에 가득 담아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대한약사회는 강력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29일 약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감기약 부족 사태로 인해 약국과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약사 직능의 명예를 훼손하고 비정상적인 의약품 판매행위를 일삼는 회원에 대해서는 대한약사회 윤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하고 관계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오늘(30일) 코로나 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1월 2일부터 중국발 한국행 단기 비자 발급과 항공편 추가 증편을 제한하고, 입국 전후 PCR 검사를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해제한 데다 중국 최대 명절 ‘춘제(春節·중국 설)’가 다가오고 있어 여행객 유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CNN 방송은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가 발표된 직후, 중국 여행 사이트 ‘트립닷컴’에서 외국행 항공편과 해외 호텔 검색량이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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