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내년 100조 원에 가까운 회사채 만기를 앞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시기 기업들이 낮은 금리를 노리고 다량 발행했던 회사채가 내년에 만기 도래해서다. 이에 긴축과 고금리 시기로 전환된 현재 시점에서 기업들이 대규모 회사채 만기 도래액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8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내년 국내 기업의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는 총 99조3697억 원이다. 2021년 처음으로 90조 원을 넘은 뒤로 꾸준히 상승해 100조 원에 임박한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77조3990억 원)에 비해 22% 넘게 늘어난 규모다.
이는 2020년 다량 발행됐던 3년물 회사채가 내년 만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려는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인하했다. 이 같은 기조에 기업들은 낮은 이자를 기반으로 3년물 회사채를 다량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내년 3년물 회사채 만기 규모는 41조8555억 원으로, 전체 만기 규모의 42.1%를 차지한다. 올해 3년물 회사채(29조9505억 원)보다도 28% 늘어난 규모다. 올해 3년물 회사채는 2019년(16조3817억 원)보다 45.3% 증가했다.
다만 현재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 기조로 상황이 반전됐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경색이 이어지면서 회사채 차환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기초체력에도 금이 간 상황이라 회사채 발(發) 유동성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말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전개된 채권시장 수급불안 상황은 정부와 한국은행 등 정부당국의 전격적인 자금 지원 정책으로 위기의 고비는 넘겼다”면서도 “자금경색 불안요인 상존 및 부동산 경기둔화 등으로 한국경제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며 전반적인 경제정책 기조가 위기대응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적 기조로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외화채 발행기업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외화채권(KP)의 내년 만기액은 약 76억1460만 달러(약 9조9599억 원)로, 팬데믹 이후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