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눈칫밥 그만”…‘매도’ 못 외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애환

입력 2022-11-27 11:13 수정 2022-11-2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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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투자자 눈치 보는 증권 애널리스트
“종목 파는 영업사원으로 전락”
“애널리스트 ‘독립성’ 보장해야”

▲(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종목 분석 리포트에 투자의견을 낮춰 썼더니 증권사에서 그 애널리스트를 임원진 앞에 따로 불러 해당 기업의 역사를 쭉 설명해줬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증권사 애널리스트 A 씨)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이 증시 종목 리포트에서 투자의견이나 목표가를 하향 조정하면 해당 기업 또는 투자자들의 압박과 항의가 거세져서다. 특히 지금과 같은 베어마켓(약세장) 일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한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확한 투자 정보를 소신껏 전달하는 게 주 업무인 애널리스트들은 독립성을 침해받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이 기업과의 관계를 신경 써야 하는 ‘을’이라고 입을 모았다. 통상 애널리스트는 종목 분석 리포트를 위해 관련 기업과 꾸준히 소통하고 분석 정보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리포트에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조금이라도 담으면 곧바로 해당 기업의 압박이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앞서 A 씨는 “기업이 애널리스트에게 연락해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표현하기도 하고, 평소처럼 잘 연락하다가도 갑자기 아쉽다는 식으로 돌려 말해 눈치 주는 일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류’나 ‘매도’ 의견을 내서 그 기업과 관계가 안 좋아지면 IB(투자금융)나 WM(자산관리)에 피해가 갈 수 있어 눈치가 보이다 보니 리포트에 쓰고 싶은 말을 다 쓰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모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로 재직 중인 B 씨도 “기업이 맘에 들지 않은 애널리스트의 기업 탐방요청을 거절하거나, 따돌리듯 해당 애널리스트만 빼고 정보를 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썼으니 이 애널리스트를 배제하겠다는 문화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라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를 향한 투자자들의 협박도 만만치 않다. 애널리스트 C 씨는 “(애널리스트) 연락처가 리포트에 나오다 보니 이를 본 투자자들이 전화해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 하향 근거가 뭐냐는 식으로 끝까지 따지거나 협박하는 이들이 있다”며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서 애널리스트 실명을 거론하며 행해지는 무분별한 비난은 다반사”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증권가에 뿌리내린 고질적인 관습이라는 점이다. B 씨는 “압박이 거세지니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는 분위기가 됐다”며 “가뜩이나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써야 할 리포트도 많은데 ‘매도’ 리포트를 쓰느니 다른 ‘매수’ 종목을 다루는 데 집중하자‘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종목을 파는 영업사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이 보장하기 위한 뾰족한 해결책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국내 독립 리서치가 해외 독립 리서치처럼 (이 같은 상황을) 보완·해결할 수도 없는 게, 해외 독립 리서치 시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라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 회사를 직원 한두 명이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애널리스트 한두 명이 이를 절대 바꿀 수 없다”며 “외부, 즉 금융 당국 등이 주체가 돼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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