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내놔도 안팔려"...엔데믹 여파에 무인점포 줄줄이 매물로

입력 2022-11-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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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 기조 영향 끼쳤지만, 핵심은 소비 패턴 전환
“값에 내놔도 팔리지 않아”…‘우후죽순의 몰락’ 마스크 업체도 폐업
관광·레저 관련 업계 ‘엔데믹 특수’…킹달러로 당분간 지속될 듯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한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 내에 상품이 진열돼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한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 내에 상품이 진열돼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코로나19로 심화된 업종별 양극화가 엔데믹(풍토병화) 영향으로 역전되고 있다. 그간 코로나 특수를 누리던 비대면 관련 업종은 소비 패턴 전환 등으로 경영난과 줄폐업 위기를 맞고 있는 반면 코로나 확산세에 침체를 피하지 못한 여행·레저·숙박업 등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13일 소상공인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상가매물 중개업체인 ‘점포라인’에는 290여 곳의 무인매장이 매물로 나왔다.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무인점포를 양도한다는 글이 매일 수십 건씩 게재되고 있다. 무인점포 매물은 독서실을 비롯해 밀키트(반조리 식품), 카페, 아이스크림, 문구점, 사진관 등 다양한 업종에 포진해 있다.

무인점포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비대면 소비 확산과 인건비 절감 등의 장점으로 급부상하며 우후죽순 생겨났다. 지난해 국내 무인점포 시장은 1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데이터가 존재하는 밀키트 시장만 보더라도 가맹점 수가 2020년 10개에서 올해 1000여 개로 급증했다. 매출 규모도 커져 지난해 2587억 원을 기록했다.

무인점포가 최근 잇따라 매물로 나오는 데에는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영향을 미쳤지만, 엔데믹으로 인한 소비 양상 전환 역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이 대면 소비에 거리낌 없이 나서면서 코로나19로 급성장한 비대면 관련 업종들이 경영난을 겪거나 이를 이겨내지 못해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것이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를 운영하는 김 모 씨(54)는 “자영업을 하는 친구 말을 믿고 일반 매장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인건비도 없어 지난해 무인점포를 창업했다”면서도 “작년에 하루 매출은 30만 원 수준이었지만, 이제 10만 원도 되지 않는다. 대출이자를 갚느라 적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한계상황에 내몰리는 무인점포 업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 26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해외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10월 26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해외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밀키트 무인점포의 경우 외식 수요 회복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밀키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 모 씨(47)는 기존 권리금을 절반 가량 줄여 매물로 내놨지만 문의하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2020년 말에 창업해 2년간 가게를 운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헐값에 내놔도 팔리지 않아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인점포뿐만 아니라 비대면 관련 업종 대다수가 울상이다. 특히 코로나 확산 속에 허가 절차 등 진입 장벽이 낮아져 줄줄이 생겼던 마스크 업체들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실외마스크 의무화 전면해제 등의 정책에 마스크 판매량이 급감한 영향이다.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는 2020년 1월 기준 137개에서 지난해 말 1619개로 급증했다. 하지만 생산실적을 보고한 업체는 절반 정도다. 업계는 나머지 업체들이 사실상 폐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코로나 특수에서 소외됐던 관광·레저 관련 업계는 ‘엔데믹 특수’를 누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달 25일 발간한 ‘9월 관광레저소비지출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관광·레저 누적 지출액은 70조7502억 원 규모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 확산으로 억제됐던 여행 수요가 엔데믹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2020~2022년 전체 숙박업 매출 동향 (사진제공=온다)
▲2020~2022년 전체 숙박업 매출 동향 (사진제공=온다)

이에 관련 산업인 호텔·숙박업 매출은 가파르게 뛰었다. 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 온다의 숙박업 지표를 보면 국내 전체 숙박업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75%, 2020년 대비 142.5% 급증했다. 숙박업종별로는 호텔·모텔·리조트의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관광·레저업계 관계자는 “킹달러 현상으로 인해 6월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관광·레저산업이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며 “엔데믹과 고금리로 인해 당분간 업계의 특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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