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건강보험재정 기금화와 재정투명성

입력 2022-10-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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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좋은 예산은 국가가 내 돈을 책임지고 잘 쓰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은 자신의 씀씀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채 하기도 전에 세금과 사회보험을 강제징수 당한다. 당연히 지속가능하고 효과적인 나라살림을 운용해서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세금을 가치있게 쓰는 우리나라 예산의 책임성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책임성을 논하려면 먼저 투명성을 생각해야 한다. 재정의 범위가 어디까지이고 우리에게 공표되고 있는 재정정보가 정확한지를 알아야 한다.

국제예산 NGO인 IBP(international budget partnership)에서 발표하는 예산투명성지수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의 성적은 매우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예산집행의 과정에서 중간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국회의 예산통제에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가채무 1000조 원 시대를 맞아 저성장과 양극화 등 국민 삶의 질 저하 위기, 인구 및 기후 위기 등에 따른 복합재정위험에 대비해 정부는 재정비전 2050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2019년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과제를 콕 찍어 주문했다. 첫째, 국민이 생각하는 나라살림 범위를 기준으로 재정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라는 것이었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재정을 파악할 수 있도록 중앙과 지방, 그리고 교육 각각의 플랫폼에서 제공 중인 재정정보를 연계 통합하고, 국가재정 외로 운영되고 있는 건강보험을 재정에 포함해 국가재정을 통합적으로 보고하라 했다. 공급자의 입장이 아니라 세금을 내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국세와 지방세가 따로 보고되고, 재정과 건강보험이 별도로 정보를 제공하는 의미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의 재정지출은 조세 등 국민부담을 재원으로 하는 만큼, 정부는 재원배분 및 지출현황 등의 재정정보를 국민에게 알기 쉽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함을 강조했다. 국민 개인별로 지원받을 수 있는 재정사업 정보를 수요자 맞춤형으로 그리고 선제적으로 제공하라는 주문이다. 송파 세모녀 사건, 수원 세모녀 사건이 더 이상은 없어져야 한다는 차원이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재정 외로 운영되면서 국가재정 및 복지지출 규모를 과소하게 인식하게 만드는 점은 심각한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건강보험 등의 재원은 국민이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보험료로 조성됨에도 불구하고, 기금이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의 회계라는 이유로 국회의 심의의결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는 중대한 결함이다. 이에 특위에서는 1단계로 통합적 국가재정 규모 파악을 위해 건강보험 등을 포함한 총지출 규모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2단계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마련과 함께 2022년까지 건강보험 재정건전화방안을 마련하고 기금화를 추진하도록 했다. 2022년 기준 국가재정규모가 607조7000억 원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실제는 건강보험 80조5000억 원, 장기요양보험 11조8000억 원, 이중 국고지원이 이뤄지는 10조5000억 원과 1조8000억 원을 상계하면 687조7000억 원이 전체 나라살림의 정확한 규모다.

고령화 및 보장성 확대, 과도한 서비스 이용에 따른 수지악화로, 오는 2070년이 되면 건강보험 누적 적자는 7000조 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장기요양보험 역시 고령화로 인한 돌봄서비스 이용의 증가, 시설 이용에 유리한 비용구조 등으로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효율화와 재정위험 선제 대응을 위해 투명하고 효과적인 국회의 통제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재정운용은 글로벌 표준에 맞춰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보고하는 정부재정통계편람(GFS)에는 포함되고 우리 국민들에게 알리는 총지출에는 빠져있는 건강보험 등을 기금화해서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복합위기를 재정혁신의 기회로 바꾸는 정부와 국회의 실천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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