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트랜스젠더 외국인 난민 지위 첫 인정

입력 2022-10-20 14:57 수정 2022-10-2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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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정체성을 박해 근거로 난민 인정한 첫 판결"

▲서울고등법원.
 (뉴시스)
▲서울고등법원. (뉴시스)

성 정체성을 이유로 고국에서 박해를 받은 트랜스젠더가 국내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2부(재판장 김종호 부장판사)는 트랜스젠더인 말레이시아인 A 씨가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생물학적 남성이지만 10세 무렵 여성으로서의 성 정체성이 형성됐다. 15세부터는 여성 호르몬제를 투여하고 여성스러운 복장을 하거나 화장을 하는 등 성 정체성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2014년 지인 결혼식 축하파티에 참석한 A 씨는 ‘여성처럼 보이게 하고 그러한 옷을 입은 혐의’로 다른 이슬람교도 남성 16명과 함께 체포돼 법원으로부터 950링깃(한화 약 29만 원) 벌금형과 7일간의 구금형을 선고받았다. 말레이시아는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형법과 이슬람교도에게 추가 적용되는 샤리아 형법으로 동성 간 성관계 등에 징역과 태형(채찍질), 벌금형 등의 형벌을 내린다.

박해를 피해 2015년 10월 말레이시아를 떠난 그는 2017년 7월 한국에서 난민신청을 했다. 그러나 출입국 당국과 1심 재판부는 모두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원고는 말레이시아에서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상태로 취업하기도 했다"는 등의 이유로 A 씨 청구를 기각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박해를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A 씨가 국내 난민법이 정한 난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실제로 체포돼 처벌받았고, 자신이 처한 위협에 대해 국가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며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한 만큼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시민단체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시민단체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성 정체성에 따른 박해를 근거로 난민을 인정한 첫 번째 법원 판결"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박해에 대한 공식적 증거를 가졌을 때만 난민으로 인정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난민심사와 인정기준을 공문서의 유무로 한정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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