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ㆍ주거안정' 뒷짐지고 북유럽 흉내낸 한국...결과는 '0명대' 합계출산율

입력 2022-10-05 16:00 수정 2022-10-0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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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발자국을 늘려라] 정책 실패 만회 해법은?

-1~4차 기본계획, 저출산 문제와 거리 먼 정책들 전면에
-"저출산 문제 가장 큰 장애 요인은 주거비용, 보육·교육비용, 노동시장 문제"
-"저출산 문제 해결 의지 있다면, 새로운 정책 만들지 말고 기존 정책들에 대한 평가부터"

한국의 저출산 대응정책은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로 꼽힌다. 네 차례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여기에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그 결과는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이다. 마지막 반등 기회도 에코세대(베이비부머의 자녀세대)의 30·40대 진입과 함께 저물어가고 있다. 앞으로 10년 뒤면 가임여성 급감으로 출생아도 추가로 줄어들게 된다.

◇2020년 출산율 목표 1.5명, 현실은 0.8명

한국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2006년 1차 기본계획(2006~2010년)을 시작으로 5년 주기로 발표되고 있다. 1차와 2차(2011~2015년) 기본계획의 목표는 합계출산율 회복이었다. 당시 기본계획에 따른 저출산 대응대책은 소정의 성과를 거뒀다. 2006년 1.13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이듬해 1.26명으로 반등했다가 2008~2009년 다시 1.1명대로 감소했으나, 2010년부턴 다시 3년 연속 증가했다. 2012년에는 1.30명으로 단기 정점을 찍었다.

한국의 출산율이 회복 불능 상황으로 악화한 건 3차 기본계획(2016~2020년) 이행기인 2016년 이후다. 2015년 1.24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7명, 2017년에는 1.05명까지 감소했다. 이듬해부턴 ‘0명대’ 합계출산율이 고착화했다. 3차 기본계획에서 합계출산율 목표치는 2020년 1.50명, 2030년 1.70명, 2045년 2.10명이었다. 그런데 2020년 실제 합계출산율은 0.84명이었다. 지난해엔 0.81명까지 내렸다. 목표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완벽한 정책실패다.

3차 기본계획에서 정부는 노동개혁, 기술창업 활성화, 주거지원(공공임대주택) 확대, 임신·출산 의료비 경감, 안전한 분만환경 조성, 난임부부 종합지원체계 구축 등을 정책대안으로 추진했다. 그런데 노동개혁은 ‘해고 합법화’, ‘비정규직 양산’ 논란에 무산됐다. 청년 창업은 푸드트럭 등 저부가가치 대면서비스업에 쏠렸다. 공공임대주택은 ‘집값 하락기’에 큰 인기를 못 얻었다. 그나마 청년층을 대상으로 공급된 주택들은 열악한 입지·규모로 외면받았다. 이 밖에 분만환경은 산부인과들이 저수가·저수익 등을 이유로 분만을 중단하면서 오히려 악화했다.

◇현실은 외면…부문별한 ‘북유럽식 복지’ 도입

저출산 대응정책의 주된 실패 요인으로는 ‘잘못된 문제 인식’이 지적된다. 실질적 결혼·출산 장애 요인을 파악해 해결책으로 만들기보단, 북유럽 등 우리와 사회·경제·정치적 환경이 전혀 다른 국가들의 복지정책을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단순화하고, 무분별하게 도입한 것이다. 특히 정치권은 선거를 치를 때마다 유권자들이 선호하거나 ‘표가 될 만한’ 정책들을 국정과제 또는 정책공약에 반영하고, 이를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끼워 넣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가장 큰 장애 요인은 주거비용, 보육·교육비용, 노동시장 문제인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건 돈도 많이 들어가고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스웨덴의 경우, 인구 50만 명 이상인 도시가 없다. 출퇴근이 길어봐야 10~20분 거리”라며 “그런데 우리는 인천·경기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어린이집을 늘리는 게 얼마나 큰 효과를 보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 정말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낼 게 아니라 기존 정책들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인식조사 표본을 회귀분석한 결과, 보육시설 확충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그 인식이 출산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무의미했다. 오히려 미혼 남녀는 출신 지역과 현재 거주지역이 일치할 때 출산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기혼 부부는 주변에 부모 등 자녀 양육을 도와줄 사람이 있을 때, 보육·교육비용에 대한 부담이 작을 때 희망 자녀와 실제 자녀 간 격차가 축소됐다. 결국은 일자리 쏠림에 따른 청년층의 지역 이동과 이에 따른 주거비용 증가, 기댈 곳의 부재, 보육·교육비용 증가가 저출산 문제의 핵심인 셈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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