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캣맘과 조류보호단체의 화해? (2)

입력 2022-10-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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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두 세계관의 교집합 찾기

지난 편에 이어, 다른 가치관으로 갈등하는 분들을 중재하는 해결법에 대해 좀 더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에 있는 고전적인 방법을 살펴보자.

남자는 여자의 행동이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연예인이라도 돼? 어떻게 집 앞 분식점 가는데, 30분씩 화장을 해?”

여자 또한 마찬가지다. “당신이 운동선수라도 돼? 어떻게 프로야구 경기를 하루 몇 시간씩 보면서 시간을 낭비해?”

서로 자신이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 저자는 남성을 화성인, 여자를 금성인으로 보자고 제안한다.

“아! 그러니까 금성인들은 치장을 소중히 여기는 생명체구나!” “허 참! 화성인들은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게 돼 있나 보다!”

즉,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에서 ‘나와 너는 서로 다르다’라고 사고의 전환을 하자는 것이다. 물론 상대가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을 때, 호감도가 증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이다. 그러나 사회는 다른 가치관이 모여 이뤄진다. 이를 종종 연습하면, 상대의 특성을 좋아하도록 바뀌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에 대해 비난하고 바꾸려는 시도로 인생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전편에 소개한 캣맘과 조류보호단체 사이의 갈등처럼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이데올로기 수준으로 강해 앞의 방법이 적용되기 어려운 예도 있다. 그럴 땐, ‘상대방 입장으로 들어가 보기’ 방법을 쓴다.

“물론 제가 외도를 한 건 잘못인 줄 알아요. 하지만 그 후로 반성을 충분히 했고, 게다가 십 년도 더 지난 일인데, 제 처는 화날 때마다 그 얘기를 끄집어내요!” “이 사람이 옷이나 외모에 관심을 보이거나 친구를 만나러 가도 예전 일이 떠올라 분노가 치밀어 올라요!”

부부갈등을 심하게 겪는 상황을 재현해 보았다. 그들은 진료실에서도 그 상황에 몰입해 심하게 다툼을 하였다. “자, 이제는 상대방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역할을 바꿔 보도록 하겠습니다.”

상대방으로 빙의해 열심히 심정을 토로한다. 이런 방법을 몇 회기 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서로 간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고, 예전에는 태엽 감은 오르골처럼 반복되던 부부 싸움이 이전보다 금세 진정되곤 한다.

귀갓길에 집 앞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쳤다. 문득 생뚱맞은 광경이 뇌리를 스친다. 조류보호단체 청년이 길고양이 밥을 주어 보고, 캣맘이 한강 철새 관측소에 찾아가 보는.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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