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기업에 ‘원팀’이라며 일방통행하는 정부

입력 2022-09-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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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심상치 않다. 물가와 환율, 금리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보니 전문가들도 언제 진정될지 속 시원하게 말하지 못한다.

기업들에는 이중 삼중의 악재다. 재고는 쌓여가고 빚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192개 대기업의 재고자산을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봤더니 절반가량 늘었다는 한 기업분석연구소의 조사결과도 나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말 기준 전체 산업별 대출금은 1713조1000억 원으로 1분기보다 68조4000억 원 늘었다. 2020년 2분기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증가액이다.

요즘 기업(인)들은 바쁘다. 국가적인 대형 이벤트가 될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는 일찌감치 기업과 ‘원팀’을 외치며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당부했다. 부산엑스포 개최가 우리 경제에 안겨 줄 막대한 이익을 고려하면 기업과 정부가 발맞춰 뛰는 것은 좋은 전략이다. 과거에도 삼성, SK, 현대차, LG 등 글로벌 무대에서 무게감 있는 기업들이 나서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 낸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기대감이 높다.

친기업적인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100일이 넘어섰다. 새 정부에 대한 기업들의 요구에 비례해 정부도 원하는 게 많다. 어려운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자는 것인데 방향이 어색하다. 정부는 말이 많은 팀장 역할만 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팀원들의 고충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5%→22%), 가업상속공제 완화 발표 이후 눈에 띌 만한 구체적인 규제 개혁안은 없다.

난제와 맞닥뜨리면 소극적인 모습마저 보인다. 미국이 요구하는 반도체 ‘칩4’ 동맹이 대표적이다. 칩4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명분으로 한국, 일본, 대만을 협의체로 묶으려 하고 있다.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패권 다툼의 일환이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고, 반도체의 약 60%를 그곳에 수출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칩4 가입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달 열리는 칩4 예비회담에 참석하기로 했다. 우선 정부의 전략은 칩4 동맹이 국가 간 협의라는 점을 부각해 기업 관련 내용을 협상 테이블에서 최대한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사태를 되짚어 보면 정부의 뜻대로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 반도체 기업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미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에 외교적인 대처 능력의 한계를 보여줬다. 미국이 자국 내에서 생산한 전기차와 배터리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표한 후 아직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다급해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직접 미국으로 달려갔다. 현지 정관계 인사를 만나는 등 대책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무능할수록 기업과의 신뢰는 깨진다. 거대한 권력이 원팀을 바라니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모양새가 되면 기업들은 쉽게 지치게 된다. 정부가 정말 원팀이 되고 싶다면 기업들의 가려운 곳부터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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